필리핀 공항의 한국인 추방(사설)

필리핀 공항의 한국인 추방(사설)

입력 1991-10-06 00:00
수정 1991-10-06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필리핀에 입국하려던 한국인 7명이 입국수속도중 뚜렷한 이유없이 폭행당하고 억류당했다가 강제추방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필리핀은 동남아에서 가장 오랜 우방의 하나다.인적교류도 활발하고 화목했으며 우호관계도 돈독했던 나라다.사건의 진상이 완전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그런 필리핀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한 사실 자체를 우선 주목하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보도된 내용으로는 한국에 불법 취업 목적으로 입국하려다 강제출국당한 필리핀인의 행패가 사건의 발단이다.서울에서 쫓겨간 분풀이를 마닐라공항의 한국인들에게 한 것이며 그것이 발단이 되어 영문을 모르는 7명의 한국인들이 억류당하고 추방당하는 수모와 피해를 입은 사건인 것이다.우리는 한 나라의 국제공항에서 그 나라를 합법적으로 입국하려는 선의의 외국인들을 상대로 어떻게 그런 국제적 상식을 무시하는 야만적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지 우선 어처구니가 없다.

사건을 일으킨 필리핀인은 한국에서 이유없이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며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보도되었다.폭행을 당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당한 폭행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다른 무고한 사람들에게 보복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황차 그는 한국에서 불법으로 일자리를 구하다가 주민들의 신고로 강제귀국조치된 자로 밝혀졌다.말하자면 적반하장인 것이다.더욱 놀라운 것은 마닐라 출입국관리소 관리들이다.폭행당하며 도와달라는 외국인을 보호해 주기는 커녕 구경만 했으며 여권을 빼앗고 억류했다가 합당한 이유의 설명도 없이 강제출국시켰다는 것이다.게다가 출입국관리소책임자는 한국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필리핀인들을 못살게 군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옷을 벗는 한이 있어도 한국인들을 혼내주려 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한마디로 마닐라공항은 무법천지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우리는 이 사건이 우발적인 것이며 필리핀정부나 다른 많은 선의의 필리핀인들과는 상관이 없는 특정인의 몰지각한 행동의 결과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러나 최근들어 필리핀을 비롯,동남아로부터 불법취업 돈벌이를 위해 한국에 오는 사람들이의외로 많으며 우리 정부당국이 그들을 단속하고 발각되면 강제출국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쫓겨가는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그렇다고 돌아가서 합법적으로 그들 나라에 입국하는 한국인을 적대시하고 관리들이 그것을 방조하는 사태가 용납되어서는 절대로 안될 것이다.

우리 국내에는 필리핀인만도 불법취업자가 2천5백명이나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금년들어서만도 1백여명이 강제출국당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한·비 양국정부는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필리핀정부는 사건의 진상규명과 관계자 엄벌은 물론 사건의 원인을 제공하는 불법취업출국자 단속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우리 정부는 한국인이 불법출국 당한다는 보고를 받고도 현지영사관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해외에서의 자국민보호에 좀더 철저해야 할 것이다.외국인불법입국자나 취업자 처리에도 불필요하게 나쁜 감정을 갖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원려가 있어야 할줄 안다.

1991-10-06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