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간접자본과 추경예산/최택만 논설위원(서울칼럼)

사회간접자본과 추경예산/최택만 논설위원(서울칼럼)

최택만 기자 기자
입력 1991-07-19 00:00
수정 1991-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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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간접자본이 부족해서 우리산업의 대외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논의가 활발해진 것은 아마도 지난해 6월쯤이다.당시 이승윤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이 경제학자들과 언론인을 초대,세미나를 갖는 자리에서 도로·항만 등의 체증과 체화현상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전제한뒤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확충을 위해 91년도 일반회계 예산규모를 늘리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예산을 늘리는 한이 있더라도 도로·항만등 사회간접자본분야의 보틀네크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에반해 언론인들은 사회간접자본시설의 부족현상을 인정하면서도 물가불안을 이유로 예산증액에 선뜻 동의하기를 꺼렸다.

어쨌든 이 모임이 있은 후 건설부와 교통부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애로사항을 잇따라 공표하는 민첩한 홍보활동을 펴기 시작했다.이 자료들은 그동안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던 교통체증을 숫자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부산고속도로의 경우 서울∼부산간 화물차의 왕복소요시간이 80년 14시간에서 89년에는 28시간으로 두배나 길어졌다.

경인고속도로는 이 구간을 운행하는 양곡수송차량의 1일 운행횟수가 86년 4회에서 지금은 2회로 줄었다는 것이다.항만의 경우는 인천·부산의 화물수요가 항만하역능력을 각각 1.6배와 1.7배 초과,선박대기시간이 크게 늘었고 이로인해 수출입 화물의 처리에 진통을 겪고 있다.국내외 주요 항만의 용량초과율을 보면 부산 1백74%,인천 1백57%인데 비해 일본의 고베는 50.4%,미국 로스앤젤레스는 54.1%에 불과하다.

도로와 항만시설이 한계점에 와 있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임에 틀림이 없다.이처럼 사회간접자본시설이 모자라게 된 것은 80년대에 들어서 이 부문에 대한 시설확장을 소홀히 한데 비해 차량및 물동양은 예상을 초과해 대폭적으로 증가한데 있는 것도 모두 알고 있는 일이다.

경제기획원은 지난해 공공부문의 투자부족을 이유로 91년도 일반회계 예산규모를 지방양여세를 포함,27%나 늘리는 전기를 잡았다.그렇지만 지금도 의문을 갖게되는 것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지난해까지 왜 소홀히 했느냐는 점이다.또 하나 제한송전의 위기에 있는 전력문제도 그렇다.5년전 까지만해도 전력예비율이 50%나 되어 전력소비를 오히려 권장하다시피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사실상 제한송전을 할 정도로 사태가 악화되었다.단순한 수요예측 잘못으로 돌리기에는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다.정부는 이런 현상이 야기된 원인에 대해 보다 철저한 규명을 해야 하지 않을까.그런 작업은 없이 91년도 예산을 늘리기 위해 사회간접자본시설부족을 내세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회간접자본시설확충이 예산증액의 명목상 이유로 이용된 흔적은 올해예산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진다.91년도 예산가운데 사회간접자본 시설부문 예산액은 2조5천억원으로 90년보다 6천4백억원밖에 늘지 않았다.이처럼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예산증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정부는 91년도 추경예산을 편성하여 재원을 마련하려하고 있다.

91년도 2차 추경예산 규모 4조1천9백억원 가운데 1조3백67억원을 사회간접자본부문에 할애하고 있다.그렇지만 이번 추경의 경우도 사회간접자본분야의투자규모는 전체규모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하여튼 올해는 91년도 발생 예정인 세계잉여금을 앞당겨 쓰고는 있지만 추경을 통해서 도로·항만등의 투자재원을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정부가 92년부터 96년까지 도로·항만등 사회간접자본시설투자를 위해 필요한 재원으로 계상하고 있는 39조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책이 없는것 같다.정부대책은 용지보상을 채권으로 대신하고 국공채발행과 해외차입등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5년동안 39조원이 필요하다면 해마다 8조원이 투자되어야 한다.이는 올해 예산의 3분의 1에 가까운 방대한 규모이다.설사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해도 현재의 건설경기 과열상태를 감안하면 그 투자가 부작용 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현실적으로 재원조달이 사실상 어렵고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으므로 우선 향후 5년동안의 투자액을 축소 조정하는 길이외에 다른 방도가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러자면 전체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해 종합적인 스크린이 있어야 할 것이다.비용과 편익에 입각해서 투자순위의 엄격한 선별이 있어야 하겠다.예컨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의 경우 대외경쟁력과 생산활동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적체로 인한 손실이 큰 부분에 우선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 재원마련 방법도 과욕은 금물이다.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국채발행과 외채도입 등은 손쉬운 방법이기는 하다.그렇지만 이 방법은 재정인플레를 일으킬 우려가 있고 민간부문의 자산란을 더욱 가중시킬 소지가 많다.가뜩이나 자산란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민간업계에 더이상의 자산압박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도로와 항만·전력등 공공투자를 늘리는 궁극적인 방법은 우리 예산의 경직성을 시정하는 것이다.방위비와 인건비 등 전체예산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경직성 경비를 손질하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렵다.본예산의 본질적인 구조개선이 없이 추경예산으로 사회간접자본 투자재원을 마련하는 일도 더이상 있어서 안되고 그런 조달방법으로는 도로와 항만 등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불가능하다.
1991-07-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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