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냐”·“출두냐”… 기로에 선 「대책회의」

“도피냐”·“출두냐”… 기로에 선 「대책회의」

황성기 기자 기자
입력 1991-06-12 00:00
수정 1991-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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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철수놓고 “고민”/잠적땐 이미지 실추… 출두땐 지도부 와해/“강기훈씨는 자수 않고 성당서 잔류” 시사

성균관대학생 김귀정양의 장례식 행사가 12일로 끝남에 따라 재야 쪽의 이른바 「범국민대책회의」의 진로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명지대학생 강경대군의 사망사건 이후 김양 사건을 대정부 투쟁의 구심점으로 삼아온 「대책회의」는 장례식까지 마치고 나면 더 이상 존속할 만한 뚜렷한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분신자살한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사건과 김양의 사체부검 지연으로 국민여론이 악화된 데다 정원식 국무총리서리에 대한 외국어대학생들의 집단폭행사건으로 재야와 운동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혀 인기가 뚝 떨어지는 침체국면을 보여 「실리」마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게다가 명동성당측이 「대책회의」측에 15일 안에 성당에서 나가줄 것을 최종통보했고 검찰과 경찰은 여차하면 공권력을 투입할 태세여서 어떤 식으로든 기구를 전환하고 근거지를 옮겨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들이 26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명동성당 안 문화관에는 농성 초기 4백∼5백여 명의 10%에도 못 미치는 20∼30명만이 남아 앞날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그나마 이들은 이수호 「대책회의」 집행위원장 등 지명수배자들과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필해준 혐의로 구속영장이 미리 나와 있는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씨 등 검거대상자들이 대부분이다.

「대책회의」는 11일 상오 『김양의 장례식이 끝나는대로 15일까지 성당을 떠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철수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대책회의」는 이·강씨 등 검거대상자들이 성당을 몰래 빠져나가는 방안과 스스로 걸어나가 경찰에 연행되는 방안을 놓고 논의했으나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수배된 사람들이 도피할 경우 국민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줄 염려가 있고 그렇다고 자진출두하게 되면 지도부의 대량구속으로 조직 자체가 와해된다는 사면초가의 국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대책회의」는 이날 이와 관련,『일부 사람들은 이미 성당을 빠져나갔고 나머지 사람들은 농성을 해산하기 직전에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핵심간부만 도피하고 나머지는 경찰에 자진출두할 가능성을 비쳤다.

그러나 강씨의 향방에 대해서는 『강씨가 자수해 법정투쟁을 하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현시점에서는 검찰에 이용당하기만 할 것』이라고 말해 강씨만 끝까지 성당에 남아 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대책회의」는 그 동안 수배되지 않은 사람들로 예비지도부를 짜놓고 수배된 핵심간부들이 검거될 것에 대비해왔다.

「대책회의」는 이에 따라 상설기구인 「국민회의」로 조직을 개편하고 예비지도부가 「국민회의」를 이끌어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대책회의」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새로 조직될 「국민회의」는 신민당 등 기존 야당과 연대해 야권 후보를 단일화시키는 등 광역의회의원선거에 적극 참여한다는 것이다.

「대책회의」는 일단 선거를 치른 뒤 「국민연합」 「전민련」 등 재야운동단체를 흡수,통합해 야당이 포함되는 「국민회의」와 별도로 대정부 투쟁을 벌이고 92·93년의 총선,대선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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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들의 시신을 볼모로 한 무한투쟁과 극한논리에 염증을 느끼고 등을 돌린 국민들이 「대책회의」의 이같은 「원대한」 포부에 얼마만큼 공감하고 호응해줄지는 「대책회의」 스스로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황성기 기자>
1991-06-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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