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투쟁빌미가 된 「사고사」(사설)

또 투쟁빌미가 된 「사고사」(사설)

입력 1991-05-28 00:00
수정 1991-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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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하던 대학생이 또 한 사람 희생되었다. 이번에는 압사됐다. 여학생이다.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하는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폭풍에 떼밀리듯 군중에 밀려 넘어지고 그 위를 짓눌러오는 집단의 압력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를 생각하면 안쓰럽고 가슴아프다.

쫓는 기술이나 쫓기는 요령이 이런 참변을 몰고오지 않을 만큼 조심스럽지 못했던 일이 한스럽다. 그러나 당황한 군중이 떼밀면서 일어나는 아수라장과 혼란의 극치는 사고로 연결되는 것이 필연이다. 경기장 인파나 귀경인파에 의한 서울역 압사사건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서 목격된 것만도 숱하다.

이처럼 사고가 필연적으로 내포된 과격한 시위와 진압의 악순환이 대낮에 1천만 시민을 가진 도시 한복판에서 거듭되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다. 이런 정황에 빚어진 젊은 생명의 죽음이 일어나자마자 즉각 점거하고 또다시 「투쟁선언」을 하고 나서는 세력이 있다는 것은 우리를 환멸스럽게 한다.

이같은 사태는 예측되던 일이기도 하다. 20여 일 동안 사례를 볼모삼아 시국을 최악의 긴장으로까지몰고갔다가 간신히 장례를 치른 뒤끝에 또다시 일어난 사태이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주검을 강압으로 차지하고 독자적인 「증거공개」와 「사인규명」을 통해 새로운 사인을 단정하고 「투쟁선언」까지 해버렸다. 일사불란하게 기능화한 이 「죽음의 투쟁굿」이 사회를 또 얼마나 진통겪게 하려는지 걱정스럽다.

시위 여대생의 죽음은 함께 시위한 학생들의 진술로만 미뤄보아도 깔려서 숨이 막힌 죽음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죽음의 상황과 원인은 법적으로 공정하게 조사되어야 한다. 그걸 강압으로 묶어놓고,독자적으로 「최루탄질식사」라는 단정을 내리고 그걸 투쟁의 빌미로 삼는 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 불법이고 속단이고 부도덕한 짓이다.

죽은 학생의 부모와 소속되어 있던 대학교에는 이 불의의 참변이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횡액이리라고 생각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소속대학의 총장이 「과격진압」에만 유감을 표시한 성명에는 문제가 있다. 학교에는 학생들이 불법이나 극단적인 위험행위를 취할 때 그것을 단속하고 다스릴 책임도 있다. 극악스럽도록 시위로만 치닫는 학생들에 대한 책임은 분담하지 않고 「과잉진압」 운운하며 공권력을 매도하는 방법으로 운동권 학생들만을 비호한다면 대학당국에 같은 방법의 투쟁을 가해올 때의 대응논리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공격적이고 투쟁적인 세력에게 주눅이 든 우리 사회에서는 언제부턴가 본말이 전도된 논리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횡행한다. 「불법시위」를 「진압하는 공권력」과 같은 무게로 정당화하는 논리다. 시민끼리의 분쟁에서도 원인제공과 대응의 문제는 객관적 분석이 앞서야 한다. 하물며 치안을 책임진 공권력은 어떤 방법으로든 소요는 진정시켜서 시민의 안전을 도모해야 하고 「불법」은 제거해야 한다.

불행한 죽음이 일어날 때마다 「투쟁」에 기름을 붓는 지도부가 있다. 그 세력이 자제되어야 한다. 여대생의 죽음을 「기다렸다는 듯」이 억류하고 또다시 한판 굿을 획책하는 그 세력이 있는 한 온갖 희생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 악순환은 국민만 괴롭힌다.
1991-05-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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