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최우선”… 한·소 동반관계 굳히기

“경협 최우선”… 한·소 동반관계 굳히기

박정현 기자 기자
입력 1991-04-10 00:00
수정 1991-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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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수뇌 첫 한반도 나들이의 의미/고르비,경제난 타개 위해 일·한 연쇄방문/양국,동북아 평화 주도적 역할 모색/남북 관계개선·통일여건 조성 기대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오는 19일 방한,노태우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양국 관계가 본격적인 협력관계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우리나라 방문은 역대 소련 대통령이 한 번도 북한을 방문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상 처음으로 남한을 방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소련 국내 여건상 당초 방한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어온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방한을 통보해온 것은 양국 협력과 함께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중요시하는 그들의 정책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제주도에서의 한소정상회담은 지난해 6월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정상회담과 지난해 12월14일 모스크바정상회담에 이어 세 번째로 역사적인 한소 수교 이후 양국 협력기반을 더욱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은 걸프전 이후 한반도를비롯한 동북아 지역이 국제사회의 주요한 관심지역으로 등장했음을 의미한다고 여겨진다. 최근 소중·일소·일중 외무장관회담이 잇따라 열린 데 이어 오는 5월 강택민 중국 총서기가 소련을 방문하는 등 한반도 주변강국들은 부산한 나들이 외교를 펴고 있는 상황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이 갑작스럽게 성사된 것은 그들의 심각한 경제난 때문에 대한 경제협력 강화의 필요성이 시급한 데 따른 것으로 외교소식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오는 16일 일본방문시 북방도서 반환을 전제로 2백80억달러의 경협자금 제공문제를 협의하는 것도 그들의 심각한 경제난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무엇이든지 잘 밝히지 않는 소련의 특유한 외교관행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은 소련측이 아직도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구체적인 일본방문일정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애를 먹고 있으며 지난 2차례의 한소정상회담도 갑작스럽게 이뤄졌었다.

노 대통령의 모스크바방문에 대한 답방형식으로 이뤄지는 이번 고르초프 대통령의 방한은 양국간에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정세,걸프전 이후의 국제정세,양국간 경제협력증진방안 등 전반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남북대화를 비롯한 남북 관계개선 방안과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안전협정 가입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또 우리의 유엔가입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밝히는 한편 방일 결과를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KAL기 피격사건에 대한 소측의 새로운 정보제공도 기대된다.

소련측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으로 인한 북한의 반발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우선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을 국빈방문이 아닌 공식실무차원으로 했으며 회담장소를 서울이 아닌 제주도로 했다는 점이다. 또 제주도 체류시간도 3∼4시간밖에 안 돼 최초로 한국을 방문하는 소련 대통령으로서는 너무 짧은 방한이라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그러나 최근 각국 정상들은 휴양지 등에서 만나 화기애애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회담을 갖는 추세이며 대부분 정상회담은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 정부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또 서울이 아닌 제주도를 택한 것도 의전행사 등으로 인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반발하겠지만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개방과 개혁이라는 국제사회의 일반적 추세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 말해 북한은 궁극적으로 남북고위급회담을 재개하는 등 개방정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번 한소정상회담은 남북관계를 개선,통일여건을 조성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소 외교사에서 또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박정현 기자>

◎세번째 대좌 성사 안팎/소서 9일 새벽 제의… 하룻만에 전격 수락/북한입장·짧은 일정등 감안,제주로 결정

○…오는 19일 제주도에서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간의 3번째 한소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성사된 과정은 속을 잘 내비치지 않는 「북극곰」 소련외교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것.

지난해 12월 노 대통령이 소련방문시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 초청을 한 이후 「오겠다」 「못 오겠다」는 뚜렷한 입장표명을 유보해왔던 소련측은 9일 새벽(모스크바시각 8일 저녁) 공로명 주소 대사를 외무부로 불러 로가초프 외무차관을 통해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일본방문을 마치고 귀로에 방한할 의사가 있음을 전달.

9일 상오 7시 주소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이 사실을 보고받은 외무부는 즉각 청와대로 이를 보고,「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의사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확인한 뒤 상오 10시 주소 한국대사관에 이를 전했고 공 대사는 즉각 소련 외무부에 이같은 결과를 통보.

당초 양국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확정 사실을 1∼2일 후 적절한 시기를 택해 발표하려 했으나 소련측은 이날 하오 8시20분쯤 양측이 9시쯤으로 발표를 앞당겼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우리측에 전해왔으며 이에 따라 밤 9시45분 이수정 청와대대변인이 긴급히 이를 발표하는 등 이날 하룻동안 한소 양국정부간 긴박한 「접촉」이 계속.

소련측은 발표시각을 앞당기자고 요청하면서 자국언론에 대한 보도통제가 어려운 것을 이유로 들어 최근 소련의 개방화 추세를 반영.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방한했던 로가초프 소련 외무차관이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 가능성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던 점을 감안할 때 소련측의 이번 결정은 상당히 전격적인 것이란 관측.

외무부는 이날 하오 5시쯤 미국,8시쯤 일본 등 우방국에도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사실을 통보.

○…한소정상회담의 개최장소가 서울이 아닌 제주도로 결정되고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체한시간이 3∼4시간에 불과한 것은 소련 국내사정이 복잡해 그가 오래 한국에 머물 수 없기 때문으로 관측.

특히 양국간 전화협의를 통해 회담장소가 제주도로 결정된 것은 아직 소련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북한을 의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서울을 회담장소로 할 경우 의전절차 등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점도 감안된 듯.

또 정상회담의 장소가 휴양지나 별장지로 되는 것은 최근의 세계적 추세로서부드러운 분위기에서 격의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 청와대 당국자의 설명.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국빈방문(State Visit)이 아닌 공식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 성격이라고 외무부 관계자가 전언.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 발표와 관련,양국간 정상회담의 개최장소나 의제,공식수행원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발표의 「전격성」을 입증.
1991-04-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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