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공으로 8순 청춘” 등소평등 북경원로(특파원코너 홍콩=우홍제)

“기공으로 8순 청춘” 등소평등 북경원로(특파원코너 홍콩=우홍제)

우홍제 기자 기자
입력 1991-04-01 00:00
수정 1991-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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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사잡지 「동향」,건강유지 비결 공개/천식·심장병등 치유에 탁월한 효과/기공사 치료받고 스스로 기법 연마/당국서도 효능 공인… 국민체조로 전국 보급

요즘 중국대륙에서 내로라 하는 고위층 인사들은 80을 훨씬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력이 정정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고 실권자로 오는 8월이면 만 87세가 되는 등소평을 비롯,양상곤(84·국가주석) 왕진(83·국가부주석) 진운(86·당중앙고문위주임) 박일파(83·당중앙고문위부주임) 이선념(82·전국정협주석) 등이 고령에 아랑곳 없이 건강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비록 중국을 대표하는 당 총서기에 강택민,국무원 총리로 이붕을 내세우고 있지만 막후 조종자들로서 막강한 실력을 과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강 총서기는 등소평의 입김으로 출세한 인물이고 이 총리는 진운의 직계다.

또 현재 65,63세인 강과 이로선 혁명 1세대이며 아버지뻘인 원로들에게 어느 면으로 보나 감히 맞설 실력이 없는 것이다.

등을 비롯한 중국 고위층 원로들의 건강이 좋은 원인에대해선 여러 가지 분석이 있다.

한의학이 발달해서 보약을 많이 먹는다든가,과거 국민당과의 항쟁 때 장정을 하느라 신체가 단련됐다든가 하는 것 등이다.

중병설이 나돌면 이따금씩 공식 석상에 나와 건재를 과시하는 등소평은 낙천적인 성격과 수영 때문에 건강을 유지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중국 원로정치인들이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진짜 비결은 기공인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홍콩의 시사잡지 「동향」(봄호)에 따르면 중국 고위층 인사들은 80년대 이후 너나 할 것 없이 기공치료를 받고 있으며 특히 등소평과 양상곤이 기공에 가장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것.

등은 지난해 9월 천식을 심하게 앓았고 주위에선 합병증이 생길 것을 우려했으나 기공의 고수들이 이를 치료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등은 또 기공사들을 깍듯이 예우하며 이들을 부를 때마다 『사전! 또 폐를 끼치게 됐소』라고 경어를 쓴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대륙에는 기공의 고수들이 매우 많으며 이 가운데 특급기공사들은 항상 대기상태에 있다가 고위층이 부르면 즉시 달려 가도록 돼 있다고 동향지는 밝혔다.

때문에 이들 기공사는 중국당국에 의해 군 간부급 대우를 받으며 중점 보호대상으로 구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상곤도 지난해 사망설이 나돌 정도로 심장병을 앓아 입원해 있는 동안 병원치료와 함께 기공치료도 열심히 받아 건강을 회복했다는 게 동향지의 설명이다. 그는 기공 덕분에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차 있고 고령으로선 힘들게 마련인 외유를 마다하지 않으며 방문국의 지도자들은 양의 활기찬 자세에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상곤의 친동생이며 군부 서열 4위인 올해 70세의 양백영은 고질인 위장병이 위암으로 악화될 것을 항상 우려해서 기공치료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공치료를 받을 때의 태도도 제각각이어서 진운은 일체 말이 없는 반면 이선념은 『어떤가? 문제가 크지 않나?』하는 식으로 안절부절 못한다고.

그러나 기공치료로 효과를 다 보는 것은 아닌지 왕진의 경우 가끔 호통을 쳐대며 기공사들을 쫓아 내기도 한다는 것.

기에 공을 들인다는 의미의기공은 중국 고유의 건강단련 방식이며 이에 숙달되면 다른 사람의 병까지 고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기공은 중국에 공산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고위층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길거리에서 구경꾼들이 모인 가운데 차력술같은 묘기를 보이는 정도에 그쳤었다.

그러다가 문화혁명이 끝난 뒤인 지난 78년 북경에서 처음으로 기공 경연대회가 개최됐고 이때 중국대륙 곳곳에서 신기(?)를 표현하는 고수들이 대거 몰려와 실력을 발휘,대회에 참석했던 고위층 인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후 당 총서기였던 호요방이 기공의 과학화를 국가사업으로 추진토록 지시,기공연마의 열기가 대륙을 뒤덮고 국외로까지 퍼지게 됐다고.

현재 중국 지도층 가운데 기공치료를 받는 것 외에 스스로 기공의 일종인 태극수를 열심히 연마하는 사람은 박일파와 89세의 팽진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엔 갖가지 무술로서의 권법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익혀 왔으나 70년대말 중국당국이 기공의 건강유지와 질병치료 기능을 공인,국민보건 향상을위해 느린 동작의 도수체조와 비슷한 간이태극권을 개발,보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기공이 중국 최고 지도층에겐 진시황의 불로초 역할을 대신 해주는 것 같고 딱히 기공덕분이라 단정할수야 없겠지만 중국 권력구도는 정치경험과 인간적 경륜이 풍부한 원로층이 두꺼워 다른 나라에 비해 주요 정책추진에 시행착오가 적은 이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991-04-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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