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세계의 사회면)

남아공(세계의 사회면)

유세진 기자 기자
입력 1991-03-25 00:00
수정 1991-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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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 부인의 폭행」재판 늦어져 논란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에 대한 반대운동을 주도해온 ANC(아프리카민족회의)지도자 넬슨 만델라의 부인 위니 만델라의 유괴 및 폭행혐의에 대한 재판과 관련된 파문이 남아공의 사법권 독립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면서 계속 확산되고 있다.

1989년 12월29일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조금 넘은 지난 2월초에야 겨우 첫 공판이 열렸을 정도이고 그 기간동안 8명의 피고 가운데 절반인 4명이 보석기간중 도망을 쳤으며 또 법정에서 증언을 할 피해자 3명중 1명은 행방불명됐고 나머지 2명은 생명이 위태롭다는 이유로 증언을 거부하는 등 위니 만델라의 사법처리가 계속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자 남아공 언론들이 정치재판화의 우려를 제기하면서 사법권의 공정한 집행을 촉구하기에 이른 것.

최근 남아공의 언론들은 「이것도 재판인가」「증인은 왜 충분한 보호를 받기 못하고 있는가」「힘 있는 자에게는 법도 미치지 못하는가」등의 제목으로 위니 만델라의 사법처리 지연을 비난하고 나섰다. 언론들은 특히 ANC와의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드 클레르크대통령의 정책 때문에 사법부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희생될 위기에 처하게 된데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나고 있다.

위니 만델라가 유괴 및 폭행혐의를 받게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지난 89년 12월29일 요하네스버그의 흑인거주 지역 소웨토의 한 교회에서 4명의 흑인남자가 위니 만델라의 경호원들에 의해 경찰의 스파이라는 의심을 받고 끌려나왔다. 이들은 만델라의 집으로 연행돼 그곳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중 14살의 소년 한명이 나중 사망한 것. 그러나 위니 만델라와 그녀의 경호원들은 이들 4명의 남자들이 교회안에서 성폭행을 받고 있는 것을 구해주었을 뿐이며 위니 자신은 당시 소웨토에는 있지도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위니 재판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진영이나 인종차별을 선호하는 백인들의 보수우익단체 모두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보수 우익집단은 드 클레르크정부가 ANC와의 대화가 파탄에 이르는 것을 막기 위해 증언을 할 피해자까지 유괴하면서 재판의 중지를꾀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한편 인종차별 철폐를 주장하는 진보그룹은 위니가 ANC의 공금을 유용했으며 정부·ANC간의 대화 노력과 위니의 재판은 별개의 문제이며 서로 연계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아공의 사법권 독립을 둘러싼 이번 논쟁은 그동안 인종차별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입장을 취해온 전보성향의 위클리메일지가 위니 만델라 사건의 공정한 사법처리를 강도높게 촉구하고 나섬으로써 더욱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잡지는 만델라의 사법처리가 정치적 의도에서 유야무야로 끝날 경우 남아공의 사법권 독립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뿐아니라 「정의와 민주주의 국가」를 실현하겠다는 드 클레르크대통령의 목표달성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유세진기자>
1991-03-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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