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특수·신3저설 예각진단을”/양해영 경제부장(데스크시각)

“중동특수·신3저설 예각진단을”/양해영 경제부장(데스크시각)

양해영 기자 기자
입력 1991-03-05 00:00
수정 1991-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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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의 종전과 우리경제를 관련지어 볼때 지금 관심이 가는 것은 두가지다.

하나는 쿠웨이트나 이라크의 전후복구사업에 우리가 어떤 형태로 얼마만큼 참여할 수 있겠느냐다. 또다른 하나는 종전에 따른 유가의 움직임,금리 등 세계경제의 주요 변수들이 우리경제에 어떻게 작용될 것이냐는 것일게다.

○금맥찾은양 아우성

이같은 상황은 비단 우리 뿐만 아니라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도 적용된다.

지금 걸프전에 따른 복구비가 줄잡아 2천억달러에서 6천억달러까지 될 것이라는 등 갖가지 추정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각국은 마치 금맥이라도 찾은 양 앞다투어 중동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중동의 복구사업이 과연 거대한 금액인지 아니면 소문난 잔치에 그칠 것인지 냉정한 계산이 앞서야 한다.

2차 오일쇼크이후 쿠웨이트는 한때 1인당 GNP 2만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89년에는 1만1천달러로 뚝 떨어졌다. 그런 쿠웨이트의 전후복구사업에 1천억달러가 소요된다고 한다. 막대한 물량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쿠웨이트가 아무리 석유왕국이라 해도 그만한 돈이 조달될 수 있겠느냐다. 쿠웨이트 정부의 자산이 1천2백억달러 였으나 전쟁통에 이라크에 빼앗겼거나 나머지는 왕실의 재산이 대부분이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왕실이 그 돈을 국가재건에 헌납한다는 것도 실현성이 적다. 또 이라크가 재산을 반환한다 해도 온전한 반환을 기대키 어렵다.

앞으로 석유를 팔아서만이 전후복구 사업비를 충당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석유가 중심이 된 쿠웨이트의 연간 수출은 1백10억달러,수입은 60억달러로 무역흑자는 50억달러다. 수입품 60억달러는 국민이 먹고 입고 써야할 물건들이니까 전후에도 비슷한 수준은 사와야하고 결국 나머지 50억달러로 복구사업을 해야 하며 그럴 경우 20년은 족히 걸린다.

더구나 미국이 복구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쿠웨이트 복구사업에 참여할 우리측의 지분은 소문만큼 크지 않을 것 같다.

이라크의 경우 앞으로의 내정변혁이나 전쟁배상 등과 관련해서 보면 당장 우리 손에 잡힐 복구사업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불과 몇년전 이란­이라크전쟁이종식되자 8년전쟁의 전후복구비가 수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본 각국 기업들이 너도나도 복구사업에 참여키 위해 뛰었다.

그러나 그뒤 이렇다할 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기업이 없었다는 점을 되새겨봐야 할것 같다.

그렇다고 걸프전 복구사업에 대한 우리의 참여를 비관적으로만 보자는 것은 아니다. 크든 작든 참여지분은 있을 것이다. 다만 냉정한 계산이 선행돼야겠고 참여방식도 중동의 진정한 재건에 우리가 일조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종전과 함께 세계유가는 떨어지고 국제금리·달러값도 내려가니까 이른바 신삼저바람이 불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이 많다.

○이란­이라크전 전례

이 신삼저가 우리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 또한 크다.

우리가 지난 86년부터 몇년간 처음으로 흑자기대를 구가했던 것이 3저덕이고 보면 지금의 신삼저에 대한 기대도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러나 상황이 그때와 다르다는 것을 잊고 있는 것이다. 그때는 고물가도,고임금도 없었다. 특히 그 당시는 우리의 상품수준으로도 얼마든지해외에 팔아먹을 수가 있었다. 지금은 임금이 거의 선진국수준과 맞먹고 물가상승률이 10%대를 매년 위협하고 있다. 또 지금은 후발개도국들의 상품수준이 우리 것과 맞먹으려고 쫓아오고 선진국 상품기술은 우리를 훨씬 앞질러 가고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신3저 바람 또한 크게 기대할 바가 아닌 것이다.

유가하락이 국내물가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것이냐는 것만이 관심사항일 뿐이다.

유가하락이 국내물가를 진정시키는 한 요인이 될지언정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이미 각종 공공요금이 오를 차례를 줄지어 기다리고 있고 국민사이에 팽배해 있는 인플레심리도 꺼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 있을 몇차례의 선거가 꺼지지 않은 인플레심리를 촉발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어떤 형태로든 중동복구에 우리가 참여한다면 참여폭만큼 국내건설 인력이 빠져나가 가뜩이나 모자란 국내건설 인건비가 또 얼마만큼 치솟을지도 모른다.

이같이 구조적인 물가불안 요인이 남아있는 한 걸프종전이 국내물가나 경제에 안정을 가져다 줄것이라는 것은 지나친 성급함에서 나온 것이다.

정책당국자들에게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물가상승의 핑계감이 없어졌다는 점일 것이다.

○물가안정 노력부터

과거 인플레시기때 물가당국자들은 환율에 핑계를 대왔다. 환율이 올라 수입물가가 올랐고 그로인해 국내물가가 뛰었다고 했다. 그러나 반대로 환율이 떨어져도 물가가 오르니까 과소비쪽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아직 국제기름값이 유동적이긴 하나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 분석이다. 그러고도 물가가 오른다면 어디에서 그 이유를 찾아낼지 궁금하다.

이유를 찾기보다는 열심히 물가를 안정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소망스러운 일임을 강조해 본다.
1991-03-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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