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외교」뒤엔 유관단체 “돈줄”/「상공위사건」 계기로본 외유실태

「입법외교」뒤엔 유관단체 “돈줄”/「상공위사건」 계기로본 외유실태

유민 기자 기자
입력 1991-01-23 00:00
수정 1991-01-2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사이판 관광길도 “자료수집” 내세워/의원외교는 극소수… 한달 3차례도/배우자와 따로 출발,현지서 “도킹” 예사로

걸프전쟁으로 나라의 장래를 걱정해도 부족한 판에 일부 국회의원들이 「뇌물외유」와 「향락외유」를 일삼고 돌아온 사실은 갈수록 온국민을 충격과 분노속에 떨게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의원들은 대부분 『관례적으로 해온 일』이라든가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라면서 발뺌하기도 해 국민들은 이들이 어떻게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더해가고 있다.

21일 현재 김포공항을 통해 외유에 나선 의원들은 줄잡아 80명. 전체 국회의원의 3분의 1에 가까운 숫자가 미주와 동남아 유럽 등으로 「입법자료 수집차」 외유에 나선 것으로 되어있다.

물론 이들 가운데 소수의 의원들은 「의원외교」나 순수한 의미의 입법자료 수집활동에 나선 이들도 있다.

그러나 19일과 20일 한꺼번에 몰려들어 「귀국소동」을 빚은 의원 대부분은 걸프전쟁의 소용돌이속에서 또는 전쟁발발이 예견되는 가운데 부부동반 등으로 관광에 나섰다는 것이 국민들의 눈총을 받는 이유라고 공항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1월들어 외국을 드나든 의원 가운데는 「사이판」으로 입법자료를 얻으러 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해외에서 터를 잡은 배우자를 상봉하러 장기외유를 한 의원도 있다.

또 배우자와 따로 서울을 출발,외지에서 「도킹」하는 사례가 있기도 했으며 한달사이에 무려 세번이나 드나든 이들도 더러 공항출국장에서 목격되기도 한다.

공항당국에 따르면 80명의 해외여행 의원가운데 2주 이상 장기외유를 한 의원은 33명으로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장기여행」이며 목적지로 보아 미주·유럽 등 2개 대륙을 여행하고 돌아온 의원도 10명씩이나 된다.

지난 13일 콘티넨틀항공편으로 「입법수집」을 이유로 해외로 나간 K·L의원 등은 걸프전쟁 발발이 임박함에 따라 국민들 사이에 소비절약 운동이나 해외여행 자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데도 휴양지로 널리 알려진 괌으로 여행을 떠나 다른 공항 출영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또 여당의 전국구의원인 D의원은 1월들어 지난 1일과 4일 그리고 17일 일본과 미국 등지를 세차례 여행했으며 Y의원의 경우는 지난해말 출국했다 지난 20일이 되어서야 대한항공 632편으로 방콕에서 귀국하기도 했다.

Y의원은 태국에서 현지 법인체를 갖고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자주 출국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의 경우도 평균 두달에 한벌꼴로 동남아 등지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P의원도 5일과 지난 19일 유럽과 일본지역으로 출국했으며 국회의원의 외유가 문제가 되자 일본에서는 하룻만에 귀국하기도 했다.

이들 의원들이 공무를 핑계삼아 외유에 나서면서 「모금」을 하는 방식(?)도 가지가지. 이번에 검찰에서 내사중인 이재근의원(평민) 등의 경우에서와 같이 소속 상임위원장이 직접 국정감사대상인 유관단체나 공공기관의 장에게 공문을 통해 「협조」를 부탁하는 경우는 관례라는 것이 의원들이 주장이다.

그러나 이밖에도 비서관이나 보좌관을 통해 감사대상 기관에게 외유예정을 알려 거마비조로 거둬들이는가 하면 아예 이들 대상기관에서 미리 알아서 주는 거마비도 무시못한다는 것이 의원측근들이나 정치권의 얘기이다.

이같은 비공식적인 의원거마비는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른다는 것이 의원측근들의 주장이며 이같은 돈은 지역구사무실 유지비나 지역주민들을 위해 쓰는 경우가 관광으로 소비하는 경우보다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외유의원들은 이같은 비공식 거마비말고도 지난 8일 유럽으로 떠난 신영국의원(민자)이 공공연하게 『이번 외유기간동안 의원 1인당 1만달러를 지급받았다』고 한 것같이 공무를 빌미로 입법조사 활동비조로 수백만원씩을 지급받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두둑한 여행경비로 지난 19일과 20일 입국한 의원 대부분은 또 한차례 「무더기 쇼핑」으로 함께 입국한 여행객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말썽을 빚기도 했다.

이들이 출입국할때면 바빠지는 사람들은 의원비서진들과 김포공항 관리공단의 의전직원들. 이들 비서진 등은 의원들이 출국때는 물론 입국때 탑승구까지 「비표」을 얻고 나가 의원과 부인들을 환송하거나 영접해야 한다. 입국시엔 하역된 짐을 찾아 세관에서 약식검사를 끝낸뒤 자동차에 실어야하고 이 절차가 끝나면 영접실에서 대기중인 의원에게 「짐을 찾았다」고 알리게 된다.

의원들의 관폐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9일 귀국한 의원들 가운데 일부 의원을 유럽지역에서 직접 관광안내를 하고 돌아온 외무부의 한 직원은 『유럽의 어느지역 할것없이 이들 의원들이 뜨면 공관의 고유업무는 마비된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이들을 관광지마다 따라다니며 안내설명을 해대거나 해당국의 각급 기관장을 연결시켜 주어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직원은 『지난 10월에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앞두고 스위스 등에 도착한 몇몇 의원들이 의원외교는 고사하고 알프스산을 안내해 줄것을 한 공관직원에 요구하기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유민기자>
1991-01-23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