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제도 개혁에 앞서는 일들(사설)

입시제도 개혁에 앞서는 일들(사설)

입력 1991-01-10 00:00
수정 1991-01-1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노태우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으로 3년 후의 입시생의 될 현재의 고교 신입생들은 새로운 제도의 대학입시에 대비해야만 하게 되었다. 오늘의 입시제도가 얼마나 많은 모순을 안고 있고 혼란을 양산하는 주체인가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알만큼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개혁은 당연한 것으로 예견되어오던 터다. 그래서 충격적인 느낌은 받지 않는다. 그렇기는 하지만 막상 당해년에 개혁을 겪어야 할 장래의 수험생들이나 학부모에게는 상당히 당황스런 일이기도 하리라고 생각한다. 입시제도가 굳건히 정착하지 못하고 표류를 거듭하면서 이렇게 바뀌기를 반복하는 일은 결코 잘되는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이번에 개혁될 때에는 더이상 표류하지 않고 정착해갈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기를 우선 기대한다.

기본적으로,우리처럼 온 국민이 대학가기를 원하고 그에 따라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한 상황아래서는 입시제도의 문제는 단순한 교육정책의 범위에 머물기가 어렵게 된다. 우리의 대학입시제도가 입시부정,과열과외,고사관리의 한계성이 맞물려 교육 본연의 기능과는 먼쪽으로 미봉되기를 거듭해 온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제시한,대학입시의 전면자율화안을 우리는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저런 방법을 모두 경험하고서 원점으로 회귀해 버리는 셈이라 지난 과정의 낭비가 매우 애석하기는 하지만,결국 돌아갈 길밖에 없으면 방황은 빨리 끝내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찍기 교육」으로 상징되는 현존의 「학력고사제도」는 고교교육을 찍기훈련장으로 만들고,중학교 국민학교까지 그 전단계 훈련장으로 만들어왔다. 그 결과 사고력과 창조력의 미흡함은 물론 분석능력 해결력을 감퇴시켜,수학 과목조차도 풀이과정을 생략하고 답만 외우는 것으로 대처하는 불구스런 교육의 결과를 낳아왔다.

청소년기를 몽땅 「공부의 굴레」에 얽매여 보내게 하는 것이 대부분의 형편이면서도,수학의 경우만 해도 국제경쟁의 현장에서 동남아의 어떤 후진한 나라보다 문제해결력에서 뒤진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것이다.

부작용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과중한 학습부담으로 공부에 시달리느라고 정서적으로는 메마르고 불안하며 신체적으로는 지구력도 없고 인내력도 없는 이세를 길러왔다. 교육의 전과정이 대학입시제도에 연계되어 제자리를 찾기 어려운 이같은 상황이 하루빨리 바로잡혀야 한다는 뜻에서 입시제도의 개혁은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학별로 입시를 관리하는 자율화제도를 우리가 경험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본고사제도는 입시부조리가 상상할 수 없을만큼 심화하고,망국적 현상으로 치닫는 과열과외를 조장하여 예비고사제도,학력고사제도가 부득이하게 되었고 본고사가 유보되는데까지 이르고 말았던 것이다. 따라서 또다시 본고사가 본격적으로 부활되고 자율화한다면 기왕의 부작용도 되살아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팽배해 있다. 게다가 본고사에서 손을 뗀지가 오래된 대학들로서는 입시관리능력도 퇴화한 상태다. 지난 동안 경험의 축적을 유효하게 활용하고,문제은행의 관리와 평가관리,내신성적의 운영 등으로 국가가 감독하고 지원하는 일을 충분히 해주지 않는다면 새로운 제도가 또다른 표류의 원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남은 준비기간 동안 충분한 정책의 개발과 대안이 발굴되기를 당부하고 기대한다.
1991-01-10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