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부른 「인사권 줄다리기」/호 웨스트팩은 지점철수의 안팎

파국 부른 「인사권 줄다리기」/호 웨스트팩은 지점철수의 안팎

권혁찬 기자 기자
입력 1991-01-09 00:00
수정 1991-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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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주장은 무리… 더이상 영업 못한다”/사/“사측 협약안 수용땐 집단 해고 불가피”/노

호주계 웨스트팩은행 서울지점이 장기파업에 맞서 지점 철수라는 강수로 대응함으로써 국내진출 금융기관으로는 노사분규로 인한 지점철수 1호를 기록하게 됐다.

웨스트팩은행의 철수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개방파고가 높아져가고 선진국 유수 금융기관들이 다투어 대한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서 돌출된 것이어서 충격의 도를 더해주고 있다.

지난 86년 지점으로 승격된 뒤 매년 20억원 내외의 짭짤한 수익을 올려온 호주 최대의 민간은행이,노조의 주장이 어떠했길래 철수의 용단(?)을 내려야 했는지 자세한 결정경위를 알기는 어렵다. 다만 호주 본점측과 서울지점의 공식적인 발표대로라면 『노조의 주장이 지나쳐 더 이상 영업하기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웨스트팩은행의 철수가 장기파업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인지,아니면 노조의 주장대로 위장철수와 같은 작전상 후퇴인지 딱잘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있다. 이런 가운데 은행측은 앞으로 6개월이나 9개월쯤 뒤에 청산절차가 모두 끝나게 되며 지금이라도 노조가 「백기항복」을 하면 지점철수를 재고할 용의가 있다고 다소 여운을 남기고 있다.

웨스트팩은행 서울지점이 파업사태를 맞은 것은 지난해 9월4일. 당시 은행측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끝난 뒤 3개월이 지나도록 협약경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종전 협약은 무효로 한다」는 노동부의 유권해석을 들어 종전 단체협약의 무효화를 선언함으로써 촉발됐다.

이 은행 노사는 지난 88년 단체교섭에서 「노사 각 4인으로 인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감봉 등 징계시에는 과반수,해고시에는 3분의 2 찬성으로 결정하되 가부동수일 때는 부결로 한다」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했었다. 그러나 사용자측이 이 협약의 무효화와 함께 「가부동수일 때 위원장(신설)인 지점장이 결정권을 갖는다」는 내용으로 협약을 변경할 것을 주장,노사가 팽팽히 맞섬으로써 장기 파업사태를 가져왔다.

파업이후 노사간에 여러차례의 교섭과 소송,성명전이 오갔고 사용자측은 인사권행사를 제한하는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노조의 양보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노조측은 사용자의 주장이 종전 협약을 개악하자는 것인데다 위원장인 지점장이 결정권을 가질 경우 그렇지 않아도 해고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해고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회사안의 수용을 거부해왔다. 즉 회사안을 수용하는 것은 곧 해고를 뜻하는 것이며,그동안 지점장이 관계당국의 관계자들을 만나 기록한 비밀문서에서도 그같은 사실들이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노사양측의 이견이 현격해 타결의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편이다. 이에따라 은행측도 지난 7일부터 본격적인 지점 철수작업에 착수,대출금 회수에 나서는 한편 원화자본금은 한은에서 전액 외화자본금으로 바꾸어 본점으로 송금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아울러 노조원을 포함한 38명의 직원에 대해서는 법정 퇴직금을 지불해 처리하고 지급보증·선물환계약 등 1년 이상 장기자산은 다른 은행에 넘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권혁찬기자>
1991-01-0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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