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핏줄” 확인한 감동의 무대/ 「90송년 통일전통음악회」를 보고

“한핏줄” 확인한 감동의 무대/ 「90송년 통일전통음악회」를 보고

이강숙 기자 기자
입력 1990-12-11 00:00
수정 1990-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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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발성법엔 서로 확연한 차이/남북음악의 단일성 회복이 숙제

9일 밤 예술의 전당은 말 그대로 역사적 현장이었다. 참으로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이 순간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서 어떠한 어휘를 사용해야할지 알 수가 없다. 겉으로 눈물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흐르는 눈물이 홍수를 이루는 순간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왜 그동안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던가. 4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은 여전히 「같은 피」의 후예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왜 그동안 외면하고 살았던가. 음악회를 마치고 서울의 어두운 골목길을 나는 혼자 걸었다. 복받쳐 오르는 가슴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나는 그동안 「하나」이었던 서울이 「둘」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말은 무슨 뜻인가.

음악회가 끝나는 순간 무대위에 함께 모인 남과 북의 음악인들과 2천명이 넘는 관객들이 다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는 순간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서울이 「하나」가 아닌 「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서울의밤거리는 예술의 전당안의 열기를 모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통일을 염원하는 군중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있어서의 서울과 그것을 들었던 사람들에게 있어서의 서울은 참으로 서로 다른 서울이었다. 나는 예술의 전앙당의 서울이 참 서울 같았다.

남과 북의 전통음악은 「전통」이라는 말만 같았지 그 음악적 내용은 달랐다. 남쪽은 개량보다 보존쪽으로,북쪽은 보존보다 개량쪽으로 그동안의 문화정책이 집행되어 온 것 같다. 악기 개량에서도 서로 다른 점이 나타났지만 노래를 할 때의 목소리 내는 법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북쪽에서는 「미성」의 표준을 서양음악적 이념에 두는 것 같았다. 탁한 소리보다도 맑은 소리를 내려고 한다는 이유에서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다. 전통적 가락의 뉘앙스를 살리되,선법 처리의 문제에 있어서 북쪽은 서양의 조성 어법을 중요시하고 있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우리 민족이 원하는 것을 중요시했다고 볼 수가 없었다. 과거 우리나라의 유랑극단식의 음악을 연출하고 있어서가 아니라,음악적 가치기준의 근거를 「민족」에 두지 않고 「서양음악적 규범」의 쓰임새에 두고 있다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북쪽의 전통음악은 이른바 인민들을 집단적으로 위로해주기 위해서 전통음악을 대중화하는 일에만 열중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위로를 하되,누구를 위한 위로냐라는 문제가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 같았다.

남쪽의 전통음악에는 어떠한 문제가 있는가. 음악존재의 원래 이유인 일상적 삶속으로 음악을 스며들게 하는 개량작업을 하지 않고 음악을 박물관 안에 넣고 그것을 마냥 보존만 하고 있었다는데 문제가 있다. 보존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누구를 위한 보존이냐라는 것이 문제다. 위로도 좋으나,그것이 참의미에서 누구를 위한 위로냐가 문제이다. 그리고 전통의 보존 역시 참으로 누구를 위한 보존이냐가 문제다. 겉으로 드러나 있는 음악현상의 사소한 차이를 본 것이 아니다. 그러한 현상을 낳게 한 문화정책적 차원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결국 개량이냐,보존이냐의 문제로 갈라지는 것 같다. 물론 남이나 북에서나간에 개량주의자와 보존주의자가 모두 있을 줄로 안다. 각각의 이론적 근거도 확실할 줄 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시점에서 개량이면 개량,보존이면 보존의 문제를 다시 한번 확실히 검토해야 할 것 같다. 그것이 바로 통일을 하루라도 앞당기는 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이강숙 서울대교수·음악평론가>
1990-12-1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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