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계 소장파 「반란」 “잠복성 불씨로”

민주계 소장파 「반란」 “잠복성 불씨로”

김경홍 기자 기자
입력 1990-11-10 00:00
수정 1990-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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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탈당” 외치다 왜 잠잠해졌나/“차기대권 YS차지 불가능” 판단/세대교체후 입지노려 관망키로

민자당내분과정에서 민주계 소장파의원들은 탈당움직임까지 보였으나 수습후 김영삼대표측의 집요한 설득으로 일단 잠잠해졌다.

그러나 이들의 민자당잔류결정이 결코 민자당의 장래에 대한 희망때문이 아니라는 점,자의보다는 타의쪽 비중이 높았다는 점에서 이들의 향후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대권문제에 대한 민자당내 공감대형성이 현시점에서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많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대권문제가 현실로 대두될 때 민자당은 다시한번 내분에 휩쓸리게 될 소지를 안고 있으며 이 와중에서 민주계 소장파의원들의 집단행동이 예상되고 있다. 이들의 이러한 행동은 김대표의 운신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3계파 정립상태의 민자당균형을 깨기에 충분하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현시점에서 민주계 강경파의원들(자신들은 소신파라고 주장)의 반발이 비록 불발성쿠데타로 끝났지만 이들의 행동이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김대표와의 결별까지도 고려한 행동이었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 즉 김대표 우산속에 있던 자신들의 입지를 이제 「독립도 할 수 있다」는 사고전환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이 상도동캠프의 대변인 김대표 비서실장을 거친 김대표 친위세력이라는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향후 거취에 있어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민주계 55명의 의원들중 절반이 넘는 강경파의원들이 이번 당내분 과정에서 김대표에게 탈당할 것을 집요하게 권유했다.

당내분이 수습되자 당장 탈당을 하자는 의원들은 서청원ㆍ강삼재ㆍ최기선ㆍ김운환ㆍ권헌성의원 등이었으며 시기가 좋지 않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인 의원은 박관용ㆍ문정수ㆍ백찬기ㆍ정정훈ㆍ박경수의원 등 10명선.

앞으로 이들의 집단행동이 구체화될 경우 중진급의 최형우ㆍ신상우ㆍ정상구의원 등이 동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거사불발의 이유를 김대표에 대한 의리와 10명이 넘지 않았던 세부족 때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김대표가 여권 2인자 굳히기에 실패할 경우 이들의 행동은 세대교체론과 정계재편의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번 민주계의원들의 집단반발배경에는 몇가지 공통점과 장래에 대한 공동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첫째는 김대표가 명실상부한 여권의 제2인자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각제가 불가능한 시점에서 민정ㆍ공화계는 김대표에게 다음번 대권을 넘겨 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결국 민주계는 숫적 열세로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민정계의 일부와 김대표가 제휴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오히려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다. 또 14대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당이 내분에 휩싸일 경우 지역구에서 당선이 힘들다는 생존권 차원의 불만이 김대표에게 반기를 든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소장강경파의원들은 이번 당내분을 수습쪽으로 결론내린 김대표에게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심지어는 김대표가 수습이란 자신의 내심을 감추고 소장파의원들의 결별주장에 제동을 걸지 않은 것은 『자파의원 50여명을 담보로 정치도박을벌인 것』이라고 혹평하는 의원도 있다. 『단식때의 심경과 같다』는 김대표의 발언을 「결별」 또는 「김대표의 정계은퇴」쪽으로 해석했던 일부 의원들은 김대표가 불과 몇 % 안되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을 쫓아 민주계의 입지를 오히려 좁혀버렸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대권문제를 두고 당내분이 재현될 경우,김대표로서도 의리만으로 이들 강경소장파의원들을 붙잡아 놓을 수 없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민주계 소장파의원들의 반발은 외견상 「청와대회동 8개 수습안」이 결코 민자당내분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데서 출발하고 있다. 또 당기강확립의 제도적보장이 없는한 당내분 재발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이들이 합당후 「개혁의지부족」을 자신들의 공격명분으로 내세웠던 점을 미루어 볼 때 이번 민주계의원들의 집단행동은 세대교체후 자신들의 입지를 겨냥한 장기적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옳을 것 같다.

이들이 야권통합파와 맥을 통하고 있고 민주계 중진급의원들도 이들의행동이 구체화되는 시점에서 「자신들의 색깔」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현상황에서 정계재편과 세대교체론을 대비한 소장파의원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하기에는 이르다. 이들이 주장했던 내각제개헌포기가 결론이 난 상태이며 개혁조치실현 및 당기강확립을 민자당수뇌부가 약속하고 있는 이상 이들의 탈당움직임 또는 세대교체론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민주계의원들의 반발은 「세 부족」「김대표의 설득」「대의명분 부족」에 의해 무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대권문제를 둘러싼 민자당내 일대결전이 불가피하다는 이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이번의 집단움직임은 「김대표에 대한 압력」이라는 1회성 해프닝이 아니라 오히려 세대교체론 대두에 대비한 장기적명분 축적이라는 해석이 더 적중할 것이다.<김경홍기자>
1990-11-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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