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호에 잠긴 가장의 소망/오승호 사회부기자(현장)

소양호에 잠긴 가장의 소망/오승호 사회부기자(현장)

오승호 기자 기자
입력 1990-11-06 00:00
수정 1990-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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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 번다며 트럭몰고 나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4일 발생한 강원도 인제군 군축교 버스추락사고 희생자들이 안치돼 있는 아산재단 인제병원 영안실 한편에서 이번 사고로 숨진 트럭운전사 이양우씨(45)의 부인 이복덕씨(39)가 넋이 나간채 오열하고 있었다.

졸지에 부모가 형제를 잃은 다른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에게도 날벼락이긴 마찬가지겠지만 이씨의 슬픔은 유독 더한 것 같았다.

트럭운전사 이씨는 대구에서 보증금 1백만원에 월20만원짜리 방2칸을 얻어 셋방살이를 하면서 이불공장에서 이불을 도매로 사다가 트럭에 싣고 전국의 이불시장을 찾아다니며 팔아 남는 수입으로 어렵게 살아 왔다. 고등학교,중학교에 다니는 두아들의 학비를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대구에서 이불을 싣고 강원도 산골짜기까지 일일이 돌아다녀야 했던 이씨는 한번 집을 나서면 1주일에서 열흘만에 집에 돌아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번에도 언제나 그랬듯이 지난2일 트럭에 이불을 가득싣고 대구를 떠나 천안에서 이 가운에 몇채를 판 다음 서울로 올라와3일밤을 누나집에서 묵은뒤 이날도 인제에 있는 이불시장을 찾아다니다 군축교위에서 어처구니없는 변을 당했다.

넋을 잃고 쓰려져있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은 부인 이씨에게는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날벼락 말고도 대학입시를 며칠앞둔 아들 걱정과 함께 설상가상으로 사고를 낸 버스가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보상받을 길마저 막연한 어려움까지 덮쳤다.

『애들에게 공부 잘하고 문단속 잘 하라며 집을 나서더니…』

이씨는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다시 정신을 잃었다. 병원 마당에는 제철을 만난 강원도의 낙엽들이 을씨년스럽게 쌓여있었다.
1990-11-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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