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0-10-27 00:00
수정 1990-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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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복원 논의가 또다시 불붙었다. 이 이야기가 대통령 살림집의 준공과 더불어 나왔다는 일이 흥미롭다. 새 대통령관저도 네 귀가 번쩍 들린 날아갈 듯한 기와집이다. 격식을 갖춘 조선식 기와집은 운치가 있어 보기 좋다. 그런 전통양식이 잘 보존된 것이 궁궐 건축이다. 그중에서도 빼어났던 경복궁이 옛모습을 찾게 된다면 좋기는 좋을 것이다. ◆북악과 인왕이 엇비슷이 만나는 산맥의 자락에 자리잡은 경복궁은 조선왕조 5백년의 정통을 이어온 왕궁이다. 이대 정종 이후 여러 왕들이 여기서 즉위식을 치렀고 정사를 보았다. 중국의 왕궁처럼 무지무지하게 규모가 큰 궁전에 비하면 규모가 엄청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15만평 대지에 한때는 3백30여 동의 전각들로 이뤄졌던 궁전이었다. 규모도 우리에게 어울리고 소박하면서도 정교한 건축미가 고상하고 우아하다. ◆그러나 우리가 경복궁에 대해 연연해하는 것은 그 경관적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다. 민족사가,걸어온 파란의 역정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이 궁터가 옛 상처를 조금도 낫게 하지 못한 채 슬프게 서 있다는 사실 때문에 자괴와 치욕을 느끼는 것이다. 대통령관저를 새로 짓고 들어가 살게 된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독특한 감회 때문에도 경복궁 복원을 생각했을 것 같다. ◆광복을 하고 반세기를 바라보기까지 식민지 통치자가 쓰던 살림집에서 집무와 살림을 그냥 계속해왔던 시절을 이제야 벗게 된 것도 지나친 검소함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현직 대통령이 다소 초라해보일 만큼 검박한 생활을 하는 것은 보기에도 나쁘지 않다. 그런 뜻에서 새집이 겉보기에는 그다지 「으리으리」하지 않는 건 다행이다. ◆경복궁이 옛모습을 찾는 일은 반갑게 찬성할 일이다. 그러나 급하게 서두를 것은 없다. 한곳씩 한곳씩 정확히 고증해가며 착실하게 복원해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박물관,민속박물관과 같은 중요한 기능의 대체도 충실히 하면서 아름다운 경복궁을 재현해주기를 기대한다.

1990-10-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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