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앞지른 최대의 「팽창예산」/확정된 내년 예산안 분석

경제성장 앞지른 최대의 「팽창예산」/확정된 내년 예산안 분석

염주영 기자 기자
입력 1990-09-21 00:00
수정 1990-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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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부담률 18.8%”… 국민 부담 늘어/2조규모 「지방양여」신설,지원 확대/방위비비율 낮추고 개발비확충에 역점

「예산증가율 19.8%」 「조세부담률 18.9%」는 20일 확정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특징짓는 두가지 수치이다.

예산증가율 19.8%는 재정의 안정기조가 정착되기 시작한 83년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조세부담률 18.8%는 정부가 매년 이맘때 발표하는 정부예산안을 기준으로 할 경우 사상최고 수준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초대형 팽창예산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최근 몇년간의 예산증가율을 일반회계 본예산을 기준으로 보면 83년부터 89년까지는 5.3∼12.7% 사이에서 안정기조를 유지했다. 90년에 18%로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예산증가율은 내년에는 19.8%로 높아지게 된다. 내년예산의 경우에는 예산증가율을 좀더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년부터 지방양여세 제도가 신설되면서 일반회계에서 떨어져나가 별도의 특별회계로 독립하게 된다. 따라서 자그마치 일반회계의 8.8%에 해당하는 2조원 가량이 일반회계예산증가율에는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반회계 예산증가율을 낮추기 위한 회계상의 편법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작년까지는 이 재원이 일반회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일반회계에 지방양여세를 포함시킬 경우 예산증가율은 28.6%로 높아진다. 이것은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의 경제성장률(경상기준) 12.9%를 두배이상 초과하는 것이다. 즉 정부재정규모는 경제전체의 성장속도보다 두배이상 빠른 속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정부재정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국민의 세금부담도 무거워진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국민 1인당 80만7천원의 세금을 내는 것으로 돼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90년 정부예산안을 내놓으면서 국민 1인당 올해 부담할 세금이 62만8천원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소득대비 세금부담액의 비율인 조세부담률로 환산하면 17.6%가 된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에는 올해 국민 1인당 부담할 세금이 73만2천원으로 늘어날 것 같다고 당초예산에서 밝혔던 전망치를 수정하고 있다. 이를 조세부담률로 환산하면 19%로 당초 정부예산안의 17.6%보다 1.4%가 높다.

예산은 불투명한 장래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작성되기 때문에 실적치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어쩔수 없는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불가피한 현상으로 넘기기에는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고 있다. 예산편성의 토대가 되는 정부의 세수추계가 영 빗나가고 있는 것이다.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혀 정부재정에 결손이 생기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세수추계를 실제 예상보다 낮추어 보수적으로 잡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에 대한 재무부측의 설명이다.

정부의 세수추계에 얽혀 있는 이같은 전후맥락을 감안하면 내년도 예산에 나타나고 있는 국민 1인당 조세부담액은 매우 낮추어 잡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내년도의 경제성장률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면 1인당 담세액은 90만원,조세부담률은 21%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조세부담률 수준은 우리보다 경제발전단계가 훨씬 앞서 있는 미국의 20.8%(87년기준),일본의 21.4%와 비슷하게 된다. 재정분야 전문가들은 내년이 조세부담률이 20%를 넘어서는 사상 최초의 해로 기록될 것이라는 데에 대체로 전망이 일치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이 예산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데 대해 매년 대규모의 세계잉여금 발생과 이에 따른 추경편성의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연도별 세계잉여금의 발생추이를 보면 86년에 5천5백억원에 불과했던 것이 87년 1조3천7백억,88년 3조3천억,89년 3조1천2백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올해에는 3조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의 경우 정부의 설명대로 세계잉여금 발생의 악순환이 멈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간다. 올해 예상세입은 세계잉여금 3조6천억원과 일반회계 22조7천억원을 합쳐 26조3천억원으로 잠정 추계되고 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정부 예상대로 12.9%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더라도 내년도 예상 세입은 29조7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가 당초 올해 경제성장률을 11.3%로 보았던 것이 16%수준까지 올라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내년도 경제성장률도 12.9% 보다는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이 경우 예상세입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내년 예산에 잡힌 세입규모는 지방양여세를 포함,28조3천억원이다. 최소한 2조원 이상의 세계잉여금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예산안의 세출구조에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방위비가 일반회계에서 차지하는 구성비가 28.6%로 80년이후 처음으로 30%선 이하로 떨어진 점을 들 수 있다. 반면에 경제개발비와 지방재정교부금의 구성비는 올해보다 1.6%포인트가 증가해 각각 16.1%,11%로 크게 높아졌다.

특히 지방자치제 실시에 대비해 지방재정은 양여세를 포함하면 3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올해보다 42.7%나 늘어난 것이다.

경비성질별로 구분하면 방위비와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의 비중은 올해 67.1%보다 1.5%포인트가 낮아진 65.6%에 그친 반면 사업비는 올해의 31.5%에서 33.1%로 다소 높아졌다. 경직성 경비의 구성비가 낮아진 것은 세출구조의 효율적인 운용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된다.<염주영기자>
1990-09-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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