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0-07-20 00:00
수정 1990-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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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백살을 넘겨 살았다 해도 조간한 유족은 슬픈 법이다. 더구나 고인이 국가사회에 업적을 남긴 경우라면 그 애달픔이 유족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 발자취를 아는 모든 사람의 것이 된다. ◆해위 윤보선 전대통령의 영면도 그 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움과 슬픔을 안긴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의 부음에 전해 듣는 국민들은 이렇게도 생각한다.­『복 많은 노인이 돌아가셨구나』. 93세라면 천수를 누렸다고 표현못할 것이 없다. 생애를 살펴봐도 그렇다. 명문가에서 태어나 외국의 명문학교를 두루 거쳤으며 장관ㆍ국회의원을 역임하고 대통령까지 지내지 않았는가. ◆복많은 사람이라 해서 생애 모두가 순풍에 돛단 항로일 수만은 없다. 그것이 인생길이다. 해위도 그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특히 5ㆍ16혁명 이후의 역정은 가시밭길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복많은 노인」이라고 하는 것은 전직 국가 원수로서의 고종명에도 까닭이 있다. 우리의 불행한 헌정사가 한분은 하와이 땅에서 객사하게 했고 한분은 총탄에 맞아 쓰러지게 하지 않았는가. 살아있는한분은 칩거중이지만 다른 한분은 산사의 종소리를 듣고 있다. ◆반가의 가풍을 이어받은 위에 영국수학까지 했음으로 해서 신사도가 몸에 밴 평생이었다고 그를 아는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5공 이후의 처신에 대해 더러 석연찮게 여기는 견해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사람의 한평생이 객관적으로 한결같이 1백점이 될 수는 없는 법. 어찌 됐든 우리의 해방후사는 그를 빼놓고 적을 수가 없다. 그만큼 그는 한 시대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기고 가는 거성임에 틀림이 없다. ◆정치의 산실이었던 안국동 8번지도 이제 정치사속으로 접혀들어간다. 「정신적 대통령」의 타계와 함께. 두손 모아 명복을 빈다.

1990-07-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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