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3세는 누구인가(사설)

재일동포 3세는 누구인가(사설)

입력 1990-04-20 00:00
수정 1990-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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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인간관계가 그러하듯이 나라끼리 사귀고 친목을 돈독히 하는데는 오랜 시일과 우여곡절이 따르게 마련이다. 각자 국가이익과 견해 차이로 해서 밀고당기는 때는 있어도 대체로 큰 테두리 안에서 적대하지 않고 협조해 나가는 데는 이해와 협동이 필요한 것도 그 까닭이다. 그런데 요즘의 한국ㆍ일본 사이에는 많은 모순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

올해는 한일합병조약이 체결된 지 80년이 되는 해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한반도 지배가 끝난 지 45년이 되고 또 한일관계를 정상화한 국교를 맺은 지 25주년이 된다. 오는 5월중에는 노태우대통령이 우리나라 국가원수로는 두번째로 일본을 공식방문하기로 되어 있다. 한일관계는 그러나 지금 대단히 불편하다.

재일동포 3세의 법적지위 문제논의가 일본측의 표리부동한 태도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게다가 그쪽의 몇몇 각료가 과거 일본의 과오와 그들 선배들의 행적을 놓고 이상한 발언을 해대고 있다. 우리는 이제 다시금 그들의 역사 왜곡자세와 본말을 전도한 무책임한 발언을 시비하고자 아니한다. 다만 재일동포 3세의 법적지위보장 문제는 한일관계의 앞날을 위해서도 말끔히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할 뿐이다.

일본에 거주하는 동포 1세와 2세는 65년의 한일국교정상화와 더불어 체결된 법적지위협정에 따라 영주권을 얻었으니 그들 후손인 3세에게도 영주권을 부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사실 그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조차 없다. 더욱이 동포3세가 성인이 되는 것은 대개 서기 2000년 후의 일이기 때문에 91년 1월부터 발효하게 될 3세 이후의 법적지위협정에서는 그들의 영주나 인권을 규제하는 각종 제약이 완화돼야 하는 것이다.

일본의 관계당국자들은 지금 재일동포3세 문제에 대해 종래의 완고한 입장을 허물지 않고 있다. 처음엔 비교적 완화하는듯 하다가 절차만을 간소화한 채 현행제도를 고수하겠다고 나오는 것은 아무리 안팎이 다르게 움직인다는 그들이지만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재일동포문제뿐 아니라 한일간 모든 현안에 대한 그들의 성실성을 의심하게 된다.

현행제도의 절차만을 간소화한다면강제추방조건ㆍ지문날인ㆍ재입국조건ㆍ외국인등록증 상시휴대 등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법적 차별은 물론이거니와 동포들의 인권과 생활권 침해 요인이 전혀 개선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고서도 일본 당국이 한일우호관계가 제대로 지속되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거듭 묻거니와 재일동포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대부분 일제가 한반도를 강점한 동안 이른바 「국민동원계획」「조선징용령」「국민징용령」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 당사자들이거나 바로 그 후손들이다. 그들은 일제의 전쟁목적에 혹독하게 이용당했다. 일본은 그들을 부당하게 대우하거나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 일본에겐 역사적ㆍ도덕적 책임이 있는 것이다.

거듭 강조한다. 일본이 과거의 전쟁 범죄와 과오를 「불행했던 과거」에 대한 「유감」표명으로만 넘기려 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들의 국제적 체면과 도덕성도 큰 상처를 입을 것이다.
1990-04-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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