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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겨눈 의혹> ①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뇌물이냐 강요냐

<특검 겨눈 의혹> ①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뇌물이냐 강요냐

입력 2016-12-08 09:31
업데이트 2016-12-0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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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강남으로 박영수 특별검사가 출근을 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8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강남으로 박영수 특별검사가 출근을 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의) 본질을 직권남용 등으로 보는 것은 구멍이 많은 것 같다. 다른 쪽으로 우회하는 것보다는 때론 직접 (본질로 치고) 들어가는 게 좋을 수 있다.”

박영수 특검이 임명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던진 일성(一聲)이다.

이는 박 특검이 검찰이 그린 ‘직권남용·강요 프레임’에 얽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을 가늠해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8일 검찰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국정 농단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의혹의 전선이 광범위하게 확대됐지만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은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사안 중 하나다.

문화를 통한 한류 확산과 스포츠 인재 육성 지원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두 재단은 작년 11월과 올해 1월 순차적으로 출범했다.

앞선 검찰 수사로 ‘비선 실세’ 최씨가 박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가운데 774억원의 막대한 돈을 걷은 두 재단의 설립과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실소유주’라는 점이 사실상 확인됐다. 미르·K스포츠재단이 ‘5공 비리’의 아이콘인 일해재단의 재판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이 결국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 대통령의 지시하에 ‘수금책’ 역할을 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전면에 나서 대기업들을 압박, 원치 않는 출연을 강요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지난달 2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로 최씨와 안 전 수석을 구속기소 하면서 박 대통령을 이들의 ‘공동정범’으로 적시하고 피의자로 입건하는 강수를 뒀다.

검찰은 두 사람 기소에 앞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행위에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당시까지 진행된 수사를 통해 확보된 증거에 비춰볼 때 뇌물죄 적용까지는 무리라고 보고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를 우선 적용했다.

그러나 박 특검은 이런 검찰의 프레임에 얽매이지 않고 두 재단 출연 문제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박 특검은 “(대통령이) 문화융성이라는 명분으로 통치 행위를 (했다고) 내세울 텐데 그걸 어떻게 깰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대기업들이 거액의 돈을 내게 된 과정이 과연 무엇인지, 거기에 대통령의 역할이 작용한 게 아닌지, 즉 근저에 있는 대통령의 힘이 무엇이었는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검의 칼끝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정경유착’ 문제가 뜨겁게 재조명됐듯이 대기업들이 청와대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거액의 출연금을 낸 행위는 불이익을 두려워한 것뿐만 아니라 모종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섞였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검찰 역시 최씨 기소 직후 국민연금과 삼성 미래전략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의 중대 이벤트였던 작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한 경위를 들여다보면서 뇌물 혐의 수사에 막판 시동을 걸었다.

또 면세점 특혜 의혹과 관련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의 추가 출연을 했거나 추가 출연을 요청받은 롯데와 SK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다만 제3자 뇌물수수는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보다 법리적으로 입증해야 할 연결 고리가 많다는 점에서 특검팀의 진상 규명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대국민 담화에서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며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 역시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뇌물 혐의에 단단한 방어막을 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청문회에서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대가성을 부인한 것을 비롯해 재벌 총수들 역시 이구동성으로 대가를 바라고 출연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직권남용과 강요 사건에서는 이들 재벌 기업이 피해자가 되지만 뇌물수수 사건에서는 공여자가 돼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이들의 진술 태도가 바뀌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형법상 제3자 뇌물수수 혐의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게 하거나 줄 것을 요구·약속한 때’ 성립한다는 점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특검의 과제다.

따라서 최씨가 굳게 입을 다물고 박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도 적극적인 방어전선을 형성한 가운데 향후 박 특검이 어떻게 두 재단 기금 모금 과정의 진실을 밝혀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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