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기업가 성공 일군 ‘공유경제 DNA’

입력 : ㅣ 수정 : 2016-10-1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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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물, 벽돌/제시카 재클리 지음/김진희 옮김/21세기북스/336쪽/1만 8000원

가내수공업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여성들. 세계 최초의 소액대출 비영리단체 키바를 설립해 수백만 명의 빈민을 가난에서 구제한 제시카 재클리는 나 자신부터 끊임없이 도전하고 시도할 때 우리 사회의 긍정적 에너지가 만들어진다고 역설한다. 21세기북스 ⓒBCBG 제공

▲ 가내수공업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여성들. 세계 최초의 소액대출 비영리단체 키바를 설립해 수백만 명의 빈민을 가난에서 구제한 제시카 재클리는 나 자신부터 끊임없이 도전하고 시도할 때 우리 사회의 긍정적 에너지가 만들어진다고 역설한다.
21세기북스 ⓒBCBG 제공

직접 채취한 토산물을 들어 보이고 있는 말리의 여성들. 세계 최초의 소액대출 비영리단체 키바를 설립해 수백만 명의 빈민을 가난에서 구제한 제시카 재클리는 나 자신부터 끊임없이 도전하고 시도할 때 우리 사회의 긍정적 에너지가 만들어진다고 역설한다. 21세기북스 ⓒBCBG 제공

▲ 직접 채취한 토산물을 들어 보이고 있는 말리의 여성들. 세계 최초의 소액대출 비영리단체 키바를 설립해 수백만 명의 빈민을 가난에서 구제한 제시카 재클리는 나 자신부터 끊임없이 도전하고 시도할 때 우리 사회의 긍정적 에너지가 만들어진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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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유행어처럼 통용되는 자조 섞인 ‘금수저 흙수저론’은 환경에 영향받는 일상과 그 삶의 고착화를 상징한다. 더 좋은 배경과 자금, 인맥, 학연은 성공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요인이 틀림없다. 하지만 지구촌 곳곳에는 그 배경론을 뒤집고 우뚝 선 영웅들이 적지 않다. 이 책은 열악한 현실을 딛고 성공한 기업가들의 사례를 실감나게 전하고 있어 흥미롭다. 저자는 저소득층에 소액 대출을 해 주는 미국 비영리단체 ‘키바’(KIVA)를 설립한 제시카 재클리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교수. 키바를 성공적으로 일군 여정을 씨줄, 빈민층 출신 기업가들의 성공 사례를 날줄로 삼아 부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공유경제’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전하는 구성이 독특하다.

재시카 재클리가 2005년 설립한 키바는 세계 최초, 세계 최대의 크라우드소싱 대출 플랫폼이다. 극빈층, 문맹, 여성, 장애인 등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최소 25달러, 최저 이자율 0%’라는 조건으로 대출을 해 줬다. 지금까지 약 7억 달러를 160만명에게 대출했고, 자금 회수율은 97%에 이른다. 수백만 명의 빈민을 가난에서 구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놀라운 성과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재클리는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사람 중 하나였다. 잘나가는 비즈니스스쿨 출신도 아니었고 떼돈 벌 생각도 없었다. 오직 기부와 자선사업에만 관심을 쏟았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실리콘밸리로 옮겨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보조직원으로 일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수동적으로 받는 돈과 서비스는 삶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한다.’

동아프리카를 다니며 성실하게 일하는 농부, 숯 판매상, 인력거 운전사, 바구니 직공, 양치기, 재봉사를 만나 희망을 보았다.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지만 가족을 부양할 작은 기업을 일군 사람들. 그들에게서 건져 올린 교훈과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의 열정을 접목해 결국 키바를 탄생시켰다. 그 여정엔 역경이 많았다. 온라인으로 우간다 기업가에게 처음 대출을 해 주기까지 수십 명의 변호사를 만나 간신히 비영리단체 자격을 얻었다. 회사 로고는 친구에게 부탁해 낡은 기타와 맞바꿔 만들었다. 초기 2년 동안 급여 한번 가져가지 못했다고 한다.

저자 제시카 재클리 교수.  21세기북스 ⓒBCB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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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제시카 재클리 교수.
21세기북스 ⓒBCB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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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은 현재 보유한 자원에 구애받지 않고 기회를 추구하는 것이다.’ 저자가 줄곧 전하는 그 선 굵은 메시지는 15년간 만난 기업가 수백 명의 실제 사례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책 제목으로 쓴 우간다 벽돌공 패트릭의 이야기는 대표적이다. 과격 단체의 습격을 받아 가족을 모두 잃고 고아가 된 패트릭은 먹을 것조차 없는 처지였다. 손에 쥔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패트릭은 흙을 손으로 파서 벽돌을 만들었다. 필요한 건 진흙과 물뿐이었다. 벽돌을 팔아 거푸집을 샀고 성냥을 사서 벽돌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어엿한 벽돌 제조업체를 이뤄 마을 사람을 고용할 정도까지 성장시킨 건 기적이었다.

우간다의 패트릭 말고도 책에는 절대적 빈곤에서 기적 같은 성공을 이룬 감동 사례가 수두룩하다. 학위도 자격증도 없었지만 독특한 헤어제품을 만들어 120개의 미용실을 보유하게 된 사연, 중증 장애를 지닌 딸을 위해 보완대체 의사소통 기구 전문업체를 일군 인물, 안전도가 크고 작은 목표 대신 안전도가 작고 큰 목표를 선택했던 생선장수….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와 열악한 환경에서 성공을 이룬 기업가들을 재미있게 버무린 저자는 결국 이렇게 매듭짓는다. “용기 있는 여정을 택하라. 자신과 주변에 더욱 많은 희망을 품으라. 스스로 꿈꾸는 미래를 만들라. 세상은 당신을 원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6-10-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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