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쓴 메시지, 쌓여가는 카톡 ‘1’… 우리가 세상을 바꿀게

눈물로 쓴 메시지, 쌓여가는 카톡 ‘1’… 우리가 세상을 바꿀게

곽소영 기자
입력 2023-05-16 03:38
수정 2023-05-16 03:3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200일

진상규명·특별법 제정 등 지지부진
문자 쓰며 자녀 향한 그리움 달래
“속상할라” 정부와 갈등 얘긴 안 써

박희영 구청장 공판서 당시 당직자
“안전교육·핼러윈 특별지시 없었다”

16일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200일이 됐다. 벌써 두 계절을 보냈지만 유가족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그날 이태원 골목으로 돌아가 있다”고 말한다. 세상은 ‘이제 그만 잊으라’고 하지만 유가족들은 매일 영정 사진 속 희생자들에게 ‘잊을 수 없다’고 메시지를 보낸다. 메신저 속 상대방이 아직 읽지 않았다는 표시인 ‘1’은 참사 당일인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사라지지 않고 있지만, 200일간 유가족들이 멈추지 않고 꾸준히 쌓아 온 ‘1’의 기록을 서울신문이 담았다.
이미지 확대
분향소 갈등 여전… 200일 지나도록 치유되지 않는 슬픔
분향소 갈등 여전… 200일 지나도록 치유되지 않는 슬픔 ‘이태원 참사’ 발생 200일을 하루 앞둔 15일 서울광장 시민분향소에서 유가족이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로 설치 100일을 맞는 서울광장 시민분향소를 놓고 유가족과 서울시는 여전히 추모 공간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2022년 12월 5일

“그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네가 있는 장례식장으로 급히 달려갔다. 긴 시간 만에 낯익지만 차갑게 식어 있는 너의 얼굴을 봤다. 꿈일 거야, 꿈이기를…사랑하는 우리 딸 은지야. 운명을 주관하는 신이 있다면 차라리 엄마·아빠가 그곳에 있을게.”

고 송은지씨의 아버지 송후봉(62)씨는 지난해 12월 5일 은지씨를 찾던 당일 상황을 담은 메시지를 보냈다. 이태원 참사 이후 38일째가 되는 날이었지만 송씨가 적어 내려간 메시지에는 그날 보았던 은지씨의 모습과 느꼈던 감정이 생생했다. 참사 당일 딸 은지씨의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이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송씨는 지금도 은지씨의 납골당에 친구들이 찾아올 때면 누가 보러 왔는지 은지씨에게 연락을 남긴다.

2023년 2월 5일

“주영아, 힘든 하루를 보냈단다. 어제 100일 추모제로 녹사평에서 광화문까지 행진하면서 광화문에서 추모제를 지내려 했지만 정부가 광화문을 봉쇄해 시청 앞에 분향소를 차렸단다. 그 과정에서 몸싸움도 있었다.”

고 이주영씨의 어머니 최진희(61)씨는 휴대전화의 달력 애플리케이션(앱)에 딸 주영씨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썼다. 지난 200일간 정부, 국회, 서울시와 충돌하던 기록도 꼼꼼히 담았다. 지난 2월 서울광장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무력 충돌을 했던 경험도, 그 당시 분향소를 설치하다 쓰러지는 아들을 보고 눈앞이 깜깜해졌던 기억도 달력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미지 확대
2023년 5월 6일

“딸, 안녕! 잘 있지. 오늘은 아빠랑 추모공원에 갔다 왔어. 남한테 나쁜 소리 못 하고 착하게 산 너한테 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너희를 그렇게 만든 어른들은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한솔아,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 꿈에서라도 한번 만나자.”

고 이한솔씨의 어머니 박미영(49)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한솔씨에게 메시지나 손편지를 쓴다. 박씨는 한솔씨가 하늘에서 속상해할까 봐 유가족협의회 활동이나 정부와 싸우는 이야기를 잘 보내지 않는다. 대신 맏딸이라 철이 일찍 들었던 한솔씨가 게임이라도 하며 즐겁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에 게임 초대 메시지와 생전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연이어 보낸다고 했다.

박씨는 “참사에 책임 있는 사람이 아이들 영정 사진에 진심 어린 사과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특별법이 하루빨리 제정되고, 대통령과 서울시장 등 책임자들이 유가족과의 소통에 나서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현주 서울시의원 “특사경 KICS 의무화… 이행 대책은 어디에”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정식 출범하는 등 2일을 기점으로 형사사법 체계 전반의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졌다. 이에 오현주 서울특별시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은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부과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기록 및 등재 의무가 원활히 이행되려면, 정부 차원의 법적 활용 근거 신설과 함께 세부적인 시스템 작동 방식 및 예산 분담책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이 오현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시를 비롯한 10개 광역지자체 특사경 실무협의체는 지난 9월 10일 공동명의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국가 구축 및 관리에 관한 건의서’를 법무부에 전했다. 그러나 한 달 가까이 지난 2일 현재까지 정부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답변을 듣지 못한 상황이다. 해당 건의서의 주된 내용은 특사경이 KICS를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법률상 형사사법업무 처리기관 범주에 이들을 명시하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한편, 기존 법무부 KICS 접근 권한을 특사경까지 확대하거나 국가가 주도하여 통합 시스템을 직접 구축 및 관리해 달라는 요구를 담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 제199조의2는 사법경찰관리 등이 수사 관계
thumbnail - 오현주 서울시의원 “특사경 KICS 의무화… 이행 대책은 어디에”

한편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 배성중) 심리로 열린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 4명에 대한 첫 공판에서 ‘이태원 참사’ 당시 당직사령으로 근무한 조모 주무관은 증인으로 출석해 “용산구 안전관리계획을 교육받거나 핼러윈 기간 당직 중 특별사항을 지시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2023-05-16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 1 / 3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