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운동 맨처음 해외에 알린 앨버트 테일러와 딜쿠샤 이야기

3·1 운동 맨처음 해외에 알린 앨버트 테일러와 딜쿠샤 이야기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2-28 10:06
수정 2023-02-2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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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행촌동에 자리한 딜쿠샤.
서울 종로구 행촌동에 자리한 딜쿠샤.
딜쿠샤(Dilkusha, 힌두어로 이상향이란 뜻)는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건물 이름이다. 서울 종로구 행촌동의 인왕산 자락, 권율 장군의 생가 느티나무 건너편에 지금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붉은색 벽돌로 지은 지하 1층에 2층 건물로 총 면적은 624㎡정도다.

1923년 이 집을 짓고 1942년 일제에 의해 추방될 때까지 살았던 주인은 미국의 광산기업인이자 언론인 앨버트 와일드 테일러(1875∼1948)와 부인 메리 테일러다. 집 이름은 물론 테일러 부부가 붙였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서양식 주택 중에서도 구성과 외관이 매우 독특하다. 화강석 기저부 위에 붉은 벽돌을 세워 교차하면서 쌓는 흔치 않은 방식으로 지어졌다.

테일러 부부와 딜쿠샤 얘기를 갑자기 꺼낸 것은 그가 1919년 3·1 운동을 해외에 맨처음 알린 인물이기 때문이다. 마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삼일절을 맞아 앨버트 테일러의 삶을 기리는 4분 길이의 영상을 제작해 배포했다고 28일 밝혔다.

서 교수의 영상은 우연히 입수한 독립선언서를 미국으로 반출해 3·1 운동을 세계에 알리고, 제암리 학살 사건 등을 취재해 보도한 테일러의 삶을 상세히 다룬다. 서 교수는 “외국인으로 대한민국 독립에 기여한 분들이 많다”며 “이번 일을 시작으로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국내외에 널리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선에서 금광과 무역 사업을 하던 앨버트 테일러는 미국 통신사 UPI의 서울 특파원으로 임명돼 일했다. 그는 민족대표 33명이 작성한 독립선언서를 입수한 뒤 동생을 통해 몰래 독립선언서를 외국으로 보내 보도되게 했다.

테일러는 그 뒤에도 일본군이 수원 제암리에서 주민들을 집단 학살한 사건을 취재하는 한편, 일본 총독을 찾아가 조선인 학살에 대해 항의했다. 이런 사건들로 그는 서대문형무소에서 6개월 복역하기도 했으며 1941년 자택에 감금됐다가 이듬해 미국으로 추방됐다. 1948년 미국에서 사망한 뒤 그의 유언에 따라 서울외국인묘지공원에 안장됐다.

딜쿠샤는 현재 우리 정부 기획재정부 소유로 돼 있다. 원래 이곳은 어니스트 베델이 양기탁 등과 함께 창간한 대한매일신보(서울신문의 전신) 사옥으로 이용됐을 것으로 추정된 곳이란 의미도 있다.

서울시는 1995년부터 딜쿠샤의 문화재 지정을 추진했으나, 건물 기초에 새겨진 ‘딜쿠샤 1923’와 건물의 역사가 확실히 규명되지 않아 진행되지 못했다. 그랬다가 2006년 앨버트 테일러의 아들 브루스 테일러가 한국을 찾아 상세한 건축 역사를 전달해 전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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