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차올라요” 신고에도… 재난의 불평등은 또 반지하부터 덮쳤다

“물이 차올라요” 신고에도… 재난의 불평등은 또 반지하부터 덮쳤다

박상연 기자
박상연 기자
입력 2022-08-09 22:00
수정 2022-08-10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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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처럼 침수 되풀이

신림동 발달장애 가족 3명 참변
상도동서도 50대 물에 갇혀 사망
지하층 32만 가구 중 96% 수도권
“순식간에 물 차도 대피로 계단뿐
하수관로 정비 등 근본대책 시급”

민방위복 입고 지하 살피는 尹
민방위복 입고 지하 살피는 尹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간밤의 폭우로 발달장애인 일가족이 숨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주택을 찾아 쪼그려 앉은 채 반지하 창문으로 안을 살펴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처음으로 민방위복을 입었다.
박지환 기자
이재민 대피시설인 서울 동작구민체육센터에서 만난 박모(58)씨는 9일 “지대가 높은 곳에 있는 반지하에 사는데도 물이 넘쳤다”면서 “새벽 4시까지 물을 퍼 날랐는데 물건들이 다 젖어 쓸 만한 게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간밤에 내린 비로 서울 남부권에 침수 피해가 집중됐는데, 이 중에서도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반지하 및 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이었다. 이번 호우에 따른 서울 지역 사망자 5명 중 4명은 반지하에 거주하던 이들이었다.

반지하는 2020년 세계 영화계를 휩쓴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가족의 집이 침수되는 장면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특히 한국에서 유독 많은 주거 형태로 주목받으면서 당국이 각종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폭우에 취약한 반지하의 현실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한 채 이번 폭우에 영화보다 더 극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 등에 따르면 9일 0시 26분쯤 관악구 반지하 주택에 살던 40대 발달장애인 A씨를 포함한 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웃들의 구조 작업에도 물이 빠르게 차올라 문이 열리지 않았고 교통 마비로 소방·경찰의 구조 작업이 지체돼 참변을 막지 못했다. A씨의 어머니만 사고 당시 병원에 입원해 있어 겨우 화를 면했다.

동작구 상도동에서 폭우로 변을 당한 50대 역시 집 안에 물이 급속히 들어와 빠져나오지 못했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까지 침수 주택 및 취약 지역에 대한 ‘배수 지원’은 2399건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부분 반지하 같은 저지대 대상의 배수 지원”이라고 말했다.

집중호우 때마다 도심 지역에서도 반지하에 피해가 몰리는 참사가 반복되고 있지만 침수 피해 방지 및 주거 개선의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통계청의 ‘2020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전국에서 지하(반지하 포함)에 거주하는 가구는 총 32만 7000가구에 달한다. 2010년(51만 8000가구)과 2015년(36만 4000가구)에 비해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적은 숫자가 아니다. 또 시도별 지하·반지하 거주 가구는 서울과 인천, 경기 등에 31만 4000여 가구(96%)로 수도권 도심에 쏠려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 교수는 “같은 양의 비가 와도 지하층은 한꺼번에 물이 유입되거나 높게 차오르고 지상으로 나가는 계단이 유일한 대피로여서 피난도 어렵다”며 “반지하가 많은 다세대·다가구 밀집 지역은 하수관로 용량이 적고 오래된 곳이 많기 때문에 이를 정비하는 등 배수를 원활히 하는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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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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