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담배연기 없애겠다” 고이케 도쿄도지사가 코너 몰린 이유

“도쿄올림픽 담배연기 없애겠다” 고이케 도쿄도지사가 코너 몰린 이유

임병선 기자
입력 2018-03-31 09:07
수정 2018-03-3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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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가들의 천국인 일본 도쿄에서 2년 뒤 하계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강력한 흡연 단속을 공언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코너에 몰리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중앙 정부보다 더 강력한 단속을 실시해 대회 기간 담배 연기를 없애겠다고 거듭 다짐하고 있지만 흡연에 관대한 도쿄의 문화는 그닥 많은 것이 바뀌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고 닛케이 신문은 지난 29일 밝혔다. 의료 전문가들은 그에게 계속 싸울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지난해 가을 총선에서 아베 신조 총리에게 도전장을 던졌다가 정치적 내상만 깊게 입고 말았던 고이케 지사의 입지는 그대로라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해 9월 고이케 지사는 “원칙적으로” 실내 흡연을 모두 금지하는 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면적이 30㎡ 이하의 공간은 면제되지만 그 이상의 공간은 지정 흡연실을 만드는 옵션이 제시됐다. 당시 그는 아베 총리를 겨냥해 “만약 국가가 못한다면 도쿄 스스로 해낼 것”이라고 가시돋친 표현까지 동원했다.

아베 정부 역시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규제하는 정책을 갖고 있지만 집권 자민당 안에서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수위를 낮췄다. 올 봄 도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그는 지난 1월 30일에는 “중앙 정부와 다른 제안을 내놓게 되면 도쿄 주민들을 헷갈리게 만들 수 있다”면서 “중앙 정부와 보조를 맞춰 (이니셔티브를 갖고) 일을 진척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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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흡연인 비율은 떨어지고 있지만 의사들은 흡연 반대 운동이 모멘텀을 자꾸 놓친다고 우려한다. 오자키 하루오 도쿄의학협회 회장은 지난달 18일 중앙정부의 미지근한 대응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으며 고이케 지사가 더 공세적으로 나서라고 부추겼다. 그는 일본의학협회가 도쿄에서 개최하는 간접 흡연을 막는 국제컨퍼런스 도중 (금연 운동에) “맞바람이 몰아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스키점프에 비유해 “스키점프 선수들은 맞바람이 불 때 더 높이 비상할 수 있다. 바라건대 고이케 지사가 커다란 점프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이케 지사의 신념은 총선 패배 이후 어떤 도약도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그의 측근은 중앙정부의 태도가 갑자기 바뀐 것은 총선 결과 때문이라고 보면서 고이케 지사가 아베 총리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일들은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많은 시사평론가들은 지난해 여름 지방선거에서 자민당에 압승을 거둔 고이케 지사에 대한 보복으로 올해 도쿄도의 지방소비세 교부 몫이 현저히 줄 것으로 믿고 있다. 해서 지사는 강력한 금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더 주저하고 있다고 신문은 진단했다.

이런 도쿄의 분위기는 글로벌 컨센서스와 반대되는 흐름이다. 2010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연기 없는 올림픽을 추진하기로 합의해 2008년 베이징하계, 2012년 런던하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레스토랑과 공공장소에서 별도의 흡연실을 설치하지 못하고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만들었다. 고이케 지사의 제안은 흡연실을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빠져나갈 구멍을 다른 도시보다 더 만들어놓을 것으로 보이지만 파리, 베를린 등과 비견할 만하다.

 일본 중앙정부는 초기에 30㎡ 이하의 작은 바나 레스토랑 등을 예외 대상으로 제안했다가 100㎡ 이하의 요식업소를 모두 포함시키는 것으로 처음 제안에서 극적으로 후퇴한 내용이다.

 2014년 여름에도 당시 마쓰조에 요이치 도쿄도 지사는 같은 정책을 검토했지만 자민당이 레스토랑 주인들을 앞세워 반대하자 지자체 차원의 규제 장치들을 포기하고 중앙정부가 이니셔티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도쿄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 최근의 퇴행적인 일들은 이 도시의 국제적인 이미지를 훼손할 것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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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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