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소녀들 26일 숙적 일본과 결승전
1882년, 한국땅에 축구가 들어온 지 128년이 흘렀다. 세계축구사에서 한국은 늘 들러리였다. 그러나 26일 오전 7시, 한국축구에 새 역사가 쓰여진다. 남녀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누구도 오르지 못했던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우승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FIFA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 이제 한국과 일본만 남았다.노을처럼… ‘소녀들의 꿈’도 타오른다
17세 이하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4일 트리니다드토바고 아리마의 한 경기장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아리마 AFP 연합뉴스
17세 이하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4일 트리니다드토바고 아리마의 한 경기장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아리마 AFP 연합뉴스
대형스크린으로 지난 21일 치러진 북한과 일본의 4강전을 보며, 일본의 공격패턴과 주요 선수의 특징을 파악하는 데 몰두했다. 최 감독은 수비라인에 일본 주요선수 봉쇄법을 전수했다.
물론 일본이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개인기와 조직력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강팀. ‘환상적인 축구’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발놀림이 재기 발랄하다. 그 선봉은 6골1어시스트를 기록한 요코야마 구미(17). 북한과의 4강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25분, 북한 수비 5명을 차례로 따돌리며 넣은 결승골은 ‘여자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이란 제목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수비도 탄탄하다. 5경기에서 단 6실점에 그쳤다. 한국(15득점-11실점)이 ‘먹은 것보다 많이 넣었다.’면 일본(17득점-6실점)은 ‘적게 먹으며’ 결승까지 왔다. ‘디펜딩 챔피언’ 북한을 꺾어 상승분위기인 것도 위협적이다.
태극소녀들은 지난해에도 일본과 만났다. 아시아축구연맹(AFC) U-16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였다. 여민지(17·함안대산고)의 골로 1-0 승리를 거뒀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대회 23골-2실점으로 우승을 차지한 ‘폭발적인’ 한국이 그 대회에서 경험한 ‘한 골 승부’는 일본전이 유일했다.
일본은 당시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타이완을 16-0으로 완파하고, 3-4위전에서 호주를 6-2로 눕힐 정도로 한국 못지않게 셌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경기력은 더 좋아졌다.
최 감독은 “일본은 만만치 않은 팀이다. 개인기가 탄탄한 데다 짜임새가 좋아 볼 점유율 싸움이 치열할 것”이라고 경계면서도 “우리는 ‘진화하는 팀’이라고 밝혔듯 결승까지 오르며 자신감과 경험이 쌓였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편, 24일 FIFA가 발표한 U-17여자월드컵 골든볼(최우수선수) 후보 12명에 주포 여민지-주장 김아름(17)-오른쪽 날개 이금민(16) 등 태극소녀 3명이 이름을 올렸다. 일본도 요코야마 등 3명이 후보에 올랐고, 북한의 김금종(5골)-김수경(2골1어시스트)도 포함됐다. 골든볼 트로피는 대회 기자단의 투표로 정해진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0-09-25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