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이겼지만 ‘허무’한 허정무호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이겼지만 ‘허무’한 허정무호

입력 2009-04-03 00:00
수정 2009-04-03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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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수비… 골 결정력 부족… 무의미한 백패스

‘코리안 더비’가 열린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1-0 승리로 마침표를 찍은 오후 10시쯤 본부석 옆 관중석에선 “허정무, 똑바로 하라고 해.”라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중년 남성이 외친 말이었다. 승리는 했지만 ‘허정무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불안하다.

2일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팬존에는 ‘한국축구의 현주소’라는 등 비슷비슷한 제목의 글들이 110여건 쏟아졌다. 먼저 맞대결 ‘슈팅 21개 vs 9개’란 데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슈팅을 전반 12개, 후반 9개 때려 겨우 1점을 뽑았다. 결승점이 된 후반 42분 김치우(26·FC서울)의 슛을 빼고 나머지 20개는 골문을 한참 벗어나거나 골키퍼에게 안겨준 것이었다. 무릎을 꿇긴 했지만 북한은 좀 달랐다. 전반 4개, 후반 5개의 슈팅을 날렸는데 자못 위협적이었다. 후반 2분 정대세의 헤딩슛은 골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골라인에 살짝 걸치면서 판정 논란까지 불렀다. 후반 19분 박남철의 발리슛 등 한국에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안겼다. 이는 빈약한 골 결정력과 허술한 수비력을 일컫는 대목이다.

워낙 공격이 시원찮다 보니 황재원과 이영표 등 수비수들이 최전방까지 나가 슈팅을 날려야 할 처지에 몰렸고, 수비마저 불안해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다 90분을 어렵게 마칠 수 있었다.

슈팅을 많이 날리고도 문전을 그다지 위협하지 못했다는 것은 완전한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문전까지 착착 패스를 이어가지 못한 채 수비진에 막히니 전진은커녕 백패스만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팬들이 내내 한숨을 내뱉는 까닭이다. 허정무 감독의 ‘전술 부재’라고 평할 수 있다.

그나마 후반 33분 김치우를 들여보내 분위기를 바꾸며 세트피스 전략에 성공한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허 감독이 그토록 외치던 거의 유일한 해결방법으로, 그만큼 믿음이 가지 않는 전력이라는 방증이다. 김치우는 오른쪽발 킥을 도맡았던 기성용(20·서울)과 함께 왼발을 쓸 위치에서 제격이라는 사실을 이번 경기에서 확실히 보여 줬다. 한국은 최근 4경기 연속 세트피스 상황에서 5골을 넣었다. 지난달 28일 이라크와의 평가전(2-1승)과 2월11일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1-1무)에선 프리킥, 같은 달 4일 바레인과의 평가전(2-2무)에선 코너킥으로 득점을 올렸다. 허 감독이 사령탑으로 데뷔한 이래 대표팀이 낚은 34득점 가운데 16골이 세트피스 때 터졌다.

‘피겨 여왕’ 김연아(19·고려대)가 대한민국을 빛내자 “이번엔 축구장에 얼음 깔라는 것 아니냐.”는 어느 축구인의 말이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2009-04-0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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