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수의 오버헤드킥] 주영, 먼저 ‘AS 모나코 전설’이 돼라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주영, 먼저 ‘AS 모나코 전설’이 돼라

입력 2008-09-04 00:00
수정 2008-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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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의 박주영이 프랑스리그로 진출했다. 축구밖에 모르는 올해 23살의 청년이 명문 AS모나코에서 축구 인생의 제2막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그에게는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이었다.AS모나코가 아니라 그 어디라도 큰 무대라는 대전제만 성립된다면 해외로 나갔어야 했다.FC서울에서 더 많은 성적을 내야 할 의무도 있고 K-리그가 결코 허약한 것은 아님에도 그로서는 좀 더 강렬한 동기 부여가 필요했다. 탁월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오랜 침체를 겪었고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주영이 꽤 오래 지속된 완만한 흐름을 지속하는 건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다. 자신의 슬럼프가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는 단조로운 리듬과 만성적인 피로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자칫 ‘날개 잃은 천재’가 될 수도 있었다.

박주영의 성정은 차분하고 관조적이다. 호들갑스런 말로 치장하거나 요란하게 행동을 반복하지 않는다. 그라운드에서는 자유롭게 비상하는 새의 날갯짓 같은 면모를 보여 주었고, 장외에서는 적당한 유머와 차분한 생활 패턴을 유지했다. 이러한 생활 태도는 낯선 땅 프랑스에 적응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성장기 때 브라질에서도 생활을 했던 그다.

AS모나코는 티에리 앙리와 다비드 트레제게, 에마뉘엘 아데바요르 등을 배출한 전통의 명문이다. 공격 지향의 다채로운 팀 전술을 가진 팀이다. 고집스럽게 정형화된 틀을 유지하는 걸 사양하는 아름다운 스타일도 갖고 있다. 현재도 미국의 ‘축구 신동’인 19세의 프레디 아두가 뛰고 있고,191㎝의 장신 공격수 프레데릭 니마니가 주포로 활약하고 있다.

이 팀은 왼쪽 공격과 최전방 해결사 노릇까지 겸할 수 있는 폭넓은 경기력과 단 한 차례도 같은 동작을 반복하지 않는 스타일의 박주영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유려한 경기를 펼쳐나가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아름답다.

다만 한 가지가 걸린다.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주영은 “빅리그로 진출하기 위해 AS모나코를 교두보로 삼겠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마음 깊은 곳엔 그런 욕망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지 언론이나 팬들에게는 결코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지단과 앙리의 나라 프랑스 역시 축구로 해가 지고 해가 뜬다. 그런 곳에서 “내 꿈은 잉글랜드”라고 말하는 건 동료와 팬들에 대한 모욕이다.AS모나코는 박주영 축구의 제2막이 열리는 진정한 무대다. 거기에서 반드시 살아남고, 팀의 전설이 된다는 각오만이 박주영을 빅리그로 인도할 것이다.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2008-09-04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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