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 위해 과거는 뒤로 남겨둬야”
“세상을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선 과거는 뒤에 남겨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열아홉 살이었던 1993년, 그는 키빔바의 고교를 졸업한 뒤 미국 튤레인 대학의 육상 장학생 입학을 앞두고 있는 중장거리 유망주였다.
그러나 그해 10월 내전의 참화가 덮쳤다. 그를 비롯한 100여명의 투치족은 대대손손 앙숙인 후투족에게 붙잡혀 한 건물에 갇혔고 곧 불이 붙여졌다.“후투족은 누군가 건물에서 뛰어내리면 마체타(커다란 칼)를 휘두를 태세였어요.”
창문을 깨고 빠져나온 그는 죽어라 달려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오른쪽 정강이가 뼛속까지 타들어가는 중화상을 입었지만 투하보녜는 18개월도 안 돼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1995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학생대회에 참가한 그는 이듬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마련한 전지훈련에 참가하면서 미국 땅을 밟았다.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성화를 들고 달리는 감격도 누렸다. 당시 그는 “불꽃이 나를 태운 적도 있지만 지금은 내 손 안에 있습니다. 이건 놀라운 일”이라고 기뻐했다.
그 해 그는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사람을 만나 용서했다.“내가 그를 놓아주지 않으면 친구들이 죽여버릴 것을 알았어요. 난 “가, 가버려”라고 말했지요. 내가 그의 달아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순간이 내 인생 가장 위대한 순간이었어요.”라고 투하보녜는 돌아봤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정착한 투하보녜는 ‘길버트의 가젤(북아프리카 영양)들’이란 달리기클럽 회원들을 지도하면서 마라톤으로 전향, 이번 대회에 회원들과 함께 참가했다. 그의 꿈은 부룬디 대표로 베이징올림픽에 출전, 용서의 메시지를 만방에 전하는 것이다.
임병선기자 arakis.blog.seoul.co.kr
2008-04-1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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