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선의 시시콜콜] 군위 군수가 6개월 ‘버텨‘ 얻어낸 것, 우리가 잃은 것

[임병선의 시시콜콜] 군위 군수가 6개월 ‘버텨‘ 얻어낸 것, 우리가 잃은 것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8-01 06:15
수정 2020-08-01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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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만 군위 군수가 31일 국방부에 통합 신공항 공동 후보지 유치를 위한 신청서에 서명하며 지난 2016년 7월 권영진 대구 시장이 대구 군 공항 이전 및 대체 사업을 제안한 지 4년 만에 군위군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에 새 공항이 들어서는 발판을 마련했다. 군위군청 제공 뉴스 1
김영만 군위 군수가 31일 국방부에 통합 신공항 공동 후보지 유치를 위한 신청서에 서명하며 지난 2016년 7월 권영진 대구 시장이 대구 군 공항 이전 및 대체 사업을 제안한 지 4년 만에 군위군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에 새 공항이 들어서는 발판을 마련했다.
군위군청 제공 뉴스 1
지난 2016년 7월 권영진 대구 시장이 대구 군 공항을 이전해 새로운 공항을 짓자고 제안한 지 4년 만에 대구경북(TK) 통합 신공항 사업이 첫 발을 뗄 수 있게 됐다. 김영만 군위 군수는 31일 오후 국방부에 군위군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의 공동 후보지 안의 관할 구역인 소보면에 신 공항을 유치하겠다는 신청서를 전자결재로 제출함으로써 지난 1월 두 군의 주민 투표 이후 6개월의 혼란과 갈등을 매듭지었다. 혼란을 끝낸 것은 긍정적이나 그 과정을 돌아보면 적지 않은 문제를 노정했다.

지난 1월 주민투표 결과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공동 후보지를 김 군수가 받아들여 국방부에 신청했더라면 진즉에 일단락 지을 수 있었다. 그런데 김 군수는 의성 군민들이 가장 높게 지지했다는 이유로 공동 후보지 신청을 한사코 미뤘다. 국방부는 한 차례 후보 신청 기한을 연장해 김 군수의 ‘버티기’에 속수무책으로 끌려 다녔다. 지난 29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김 군수를 만나 설득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다음날 저녁 이철우 경북도 지사와 권 시장이 김 군수를 만나 다섯 조항의 인센티브 합의문에 서명하고 대구 및 경북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연대 보증을 서는 형식으로 최종 타결했다. “극적인 합의”라고 표현하기에 낯 뜨거운 점이 없지 않다.

지난 연말 한국고용정보원 집계에 따르면 군위와 의성의 소멸 위험지수는 나란히 0.143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높았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인구 유출 등으로 먹고 살 길이 없다는 자조가 넘쳐났다. 이런 상황에 9조원 넘는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신공항 사업은 그야말로 두 지역에 생사를 건 싸움을 벌이게 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두 지자체는 맞소송을 제기하는 등 감정적으로도 극단을 치달았다.

이 와중에 어렵사리 합의된 것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숙의형 주민투표로 신공항 후보지를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군위군은 김 군수를 앞세워 국방부의 사업 일정을 무력화하면서 경북도와 대구시가 대가를 제공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경북도와 대구시는 민항 터미널과 공항 진입로, 군 영외 관사를 군위군에 세우고, 공항 신도시(배후산단 등)를 군위와 의성에 330만㎡씩 조성하는 한편, 대구·경북 공무원 연수시설을 군위군에 건립하고, 군위 관통도로 25㎞ 건설과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등 양보를 하게 됐다.

사업 주체인 국방부는 군위군에 끌려다녔고, 대구 군공항 이전 및 대체를 공언했던 경북도와 대구시는 군위군의 요구에 상당한 재정 지출을 감수하는 양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군위군을 설득하느라 대부분 군위군에만 특혜가 집중되고 의성군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여지도 있다. 의성군이 챙긴 인센티브는 배후 산업단지와 서대구역∼신공항∼의성역을 연결하는 공항철도 건설 계획 정도에 그친다.이에 따라 경북도는 의성군의 소외감을 달랠 지역 발전 사업을 뒤늦게 도모한다고 한다.

의성과 군위 군민들의 위기 의식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바가 없지 않으며 이나마 봉합해 지역 발전의 계기가 만들어진 것은 다행스럽지만 지난 반 년 동안 지켜본 모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떼를 쓰면 뭐 하나라도 챙길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어준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앞으로 광주나 수원 등 군 공항 이전 사업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군 공항 이전 및 대체 사업에 국토교통부와 국방부, 청와대 등의 역할 분담을 새로이 하고 목소리가 큰 주민들에 끌려다니는 국민 숙의 과정에 문제 된 요소들을 철저히 점검했으면 한다. 두 군수가 군민들의 갈라선 마음을 달래는 방법을 찾아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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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논설위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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