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본인 부주의’ 결론… 시민들 “세월호 판박이” 분노

서울메트로 ‘본인 부주의’ 결론… 시민들 “세월호 판박이” 분노

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입력 2016-05-31 23:06
수정 2016-06-0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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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도어 사고사 논란 가열

시민단체 “외주화·하청의 ‘살인’”
유족 “책임감 있으면 죽나” 절규
박원순 “안전업무 외주화 중단”
여론 악화에 서울메트로 사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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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살 청년 추모 물결
열아홉 살 청년 추모 물결 31일 저녁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역무실 옆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망한 김모씨를 추모하는 내용의 메모지를 붙이거나 꽃을 놓으며 고인의 죽음을 위로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고등학교 졸업하고 열심히 살아 보려고 하는 청년에게 우리가 어떻게 한 것인지…. 세월호와 똑같은 것 같아 더 미안해요.”

31일 오후 서울 지하철2호선 구의역에 내려 거래처로 향하던 회사원 최승우(52)씨는 1층 역무실 옆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발견하고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최씨는 “우리 아이도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라면서 “뉴스로 보긴 봤는데 남 일 같지 않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사망한 김모(19)씨를 위한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씨가 작업을 하다 변을 당한 잠실 방향 9-4번 플랫폼 스크린도어에는 수십 장의 추모글과 하얀 국화가 붙어 있었다.

서울메트로가 시민들이 붙여 놓은 메모지를 1층 역무실 옆에 옮겨 놨지만, 시민들은 다시 9-4번 플랫폼에 추모의 글을 남기고 있다. 역무실 옆 추모공간에는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 가며 일하던 김씨를 위해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즉석밥과 국, 케이크, 커피 등이 놓여 있었다. 벽을 채운 메모지에는 ‘이제 그만 좀! 사람 목숨을 생각합시다’, ‘친구야… 더 좋은 곳에 가서 꿈을 이루길 바라’ 등 고인의 명복을 비는 글이 적혀 있었다. 대학생 오모(20)씨는 “대학을 안 가고 취업했다면 내가 겪었을 일”이라면서 “밥도 못 먹고 일하는데 목숨까지 잃어야 하냐”며 분노를 드러냈다.

이날 사망원인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선 숨진 김씨의 어머니는 “늘 ‘책임감’을 강조하며 키웠더니 스스로 대학을 포기하고 공고에 진학해 돈 벌어서 집에 갖다 주더라”며 “차라리 우리 애가 게임이나 하고 술이나 마시는 아이였으면 지금 살아 있을 것이다. 언론이 내 원통함을 풀어 달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책임 회피에 급급한 서울메트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5년간 발생한 스크린도어 작업 중 발생한 3건의 작업자 사망사고의 원인을 모두 ‘본인 부주의’로 결론 냈다. 이번 사고도 발생 하루 만에 사고 원인을 ‘본인 부주의’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직장인 김모(36)씨는 “2명이서 해야 하는 작업을 1명이 하다 사고가 났고 (서울메트로가)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서도, 사고는 김씨 부주의 때문이라는 게 무슨 논리냐”며 비판했다. 시민단체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2인1조 매뉴얼이 있다며 노동자 개인 책임으로 돌리지만, 이번 사고는 구조적 문제가 낳은 살인”으로 “외주화, 최저가입찰, 하청이 바로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도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인데 공기업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보다 고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아 보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성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고용노동부 등의 안전 감시·감독 강화나 ‘산재 다발 사업장’이라는 오명을 두려워해 책임을 김씨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사고 사흘 만에 구의역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 “지하철 안전 업무 외주화를 근본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는 책임회피 등으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이날 오후 8시 부랴부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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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2016-06-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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