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주인 찾아주고 범죄자 됐네요” 거마비 2천원 챙겼다가 심판대에

“지갑 주인 찾아주고 범죄자 됐네요” 거마비 2천원 챙겼다가 심판대에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6-02-08 11:51
수정 2026-02-08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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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처벌불원”에도 즉결심판, 벌금 5만원
“잘못된 판단이었지만 범죄자 낙인은 가혹”
경찰 “형사입건·검찰송치 안해…이미 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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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지하철 유실물센터에 승객들이 분실한 지갑들이 쌓여있다. 서울시 자료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유실물센터에 승객들이 분실한 지갑들이 쌓여있다. 서울시 자료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선의가 ‘점유이탈물횡령’ 전력으로홀어머니를 모시며 생활하는 50대 요양보호사가 지하철역에서 주운 지갑 속 현금 2000원을 꺼냈다가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갑을 돌려주려던 선의가 범죄 전력으로 귀결되면서, 법 집행의 경직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차비 2000원만” 순간의 판단 착오요양보호사 A씨는 지난해 5월 17일 밤 서울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 승강장에서 쓰레기통 옆에 떨어진 카드지갑을 발견했다.

막차 시간이 임박해 일단 지갑을 가져간 그는 다음날 아침 습득 장소 인근 우체통을 찾아갔다. 분실 장소 근처에서 처리해야 지갑이 주인에게 돌아가기 쉬울 거라는 배려였다.

그때 견물생심이 발동했다. A씨는 지갑에 카드와 함께 들어있던 현금 2000원을 꺼내 챙겼다. A씨는 “일부러 차비를 들여 현장까지 찾아왔으니 거마비 정도는 받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지갑은 그대로 우체통에 넣었다.

처벌불원 의사에도 수사는 계속됐다두 달 뒤인 7월, 지하철경찰대는 A씨에게 ‘점유이탈물횡령’ 혐의에 대한 조사를 통보했다.

우체통에 넣은 지갑이 주인에게 바로 전달되지 않고 우체국에 보관돼 있었고, 사라진 2000원이 문제가 된 것이다.

A씨는 즉시 수사관을 통해 2000원을 반환했고, 지갑 주인도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점유이탈물횡령죄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죄)가 아니어서 수사는 중단되지 않았다.

경찰은 A씨를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회부했고, 위원회는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서울남부지법은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이는 일반적 전과기록으로는 남지 않지만, 전력이 알려질 경우 공무직 임용 등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범죄자 낙인은 너무 가혹하다”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는 “주인에게 지갑이 안전히 돌아가기만 바랐는데, 잘못된 판단이었지만 범죄자 낙인을 찍은 건 너무 가혹한 형벌”이라며 “남은 인생의 생사까지 생각하게 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정보공개 청구로 받은 경찰 수사자료에 자신이 지갑을 돌려주려 한 정황이나 금액 반환 내용이 누락됐다며 “오직 사건 실적을 위해 한 시민을 범죄자로 몰아세운 수사 아니냐”고도 주장했다.

경찰에 정보공개 청구와 국민신문고 민원을 제기했지만 ‘절차대로 했다’는 원론적 답변만 돌아왔다.

경찰 “경미범죄 회부 자체가 선처”경찰은 수사자료를 누락한 사실이 없으며, A씨를 형사 입건해 검찰에 송치하는 대신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부친 것 자체가 선처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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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이탈물횡령죄는 타인이 점유를 상실한 물건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행위를 처벌하는 범죄다.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공소가 제기될 수 있어, 선의의 습득자가 의도치 않게 처벌받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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