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창고형 약국 속속 등장…‘약물 오남용’ 논란 확산

전국 창고형 약국 속속 등장…‘약물 오남용’ 논란 확산

서미애 기자
서미애 기자
입력 2025-09-21 11:43
수정 2025-09-2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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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첫진출 지역에 약사회 강력 반발
“복약지도 공백 불가피”…전문가 경고
소비자 “가격 경쟁·선택권 확대” 기대
제도 공백 지적…“사회적인 합의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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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약사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창고형 약국 개설 보류”를 촉구했다. 광주시약사회 제공
광주시약사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창고형 약국 개설 보류”를 촉구했다. 광주시약사회 제공


전국 각지에서 대형마트처럼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대량 진열·판매하는 ‘창고형 약국’이 속속 문을 열면서 지역사회와 약사단체, 소비자 간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합리적 가격과 구매 편의성을 앞세운 창고형 약국은 소비자 기대와 함께 약물 오남용, 지역 보건 안전망 붕괴라는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해 초 경기 성남에서 첫 사례가 등장한 이후, 광주에서도 창고형 약국 개설이 본격화됐다. 서구 쌍촌동과 광산구 수완지구에서 등록 절차를 마친 약국들은 각각 230평 규모에 대형 주차장을 갖추는 등 초대형 시설로, 인근 주민들은 교통 혼잡과 생활환경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광주시약사회는 긴급 성명을 통해 “약은 단순 소비재가 아니라 철저한 관리와 전문적 지도가 필요한 생리활성 물질”이라며 “창고형 약국은 약사의 전문성을 무력화하고, 지역 700여 개 동네 약국이 유지해온 보건 안전망을 붕괴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창고형 약국 구조상 충분한 복약지도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김동균 광주시약사회장은 “천식이나 고혈압 등 질환을 가진 환자가 특정 성분 약물을 복용할 경우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약사는 이를 사전에 안내해야 하는데, 창고형 약국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인구 1,000명당 하루 약물 복용량은 2021년 1,123개에서 2023년 1,432개로 꾸준히 증가했다. 약물 관련 사망자 또한 2011년 205명에서 2021년 559명으로 1.7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창고형 약국 확산은 약물 오남용 위험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소비자들은 가격 경쟁과 선택권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서구 주민 A씨는 “약국마다 가격이 달라 불편했는데, 창고형 약국이 생기면 가격이 전반적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산구 김모(38) 씨 역시 “영양제를 주로 온라인에서 샀는데, 창고형 약국이 생기면 직접 비교·구매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논쟁은 과거 상비약 편의점 판매 허용 사례와 유사하다. 당시 약사단체는 약물 오남용을 우려했지만, 소비자들은 접근성과 편의성 확대를 환영했다. 최근 다이소의 건강기능식품 판매, 온라인 의약품 유통 확대 역시 동일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광산구청은 “약국 개설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이기 때문에 법적 요건을 갖춘 경우 개설을 막을 권한이 없다”며 “다만 개설 이후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엄정하게 대응하고, 약사 상주 여부와 시설 요건을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광주시의회에는 100평 이상 대형 약국에 안전관리계획 제출을 의무화하고,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제출됐다. 약사회는 “제도적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지자체가 개설 보류를 유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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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약국 논쟁은 ‘합리적 소비’와 ‘지역 보건 안전망’이라는 상반된 가치가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다. 전문가들은 “약국은 단순 업태가 아니라 지역 건강을 지탱하는 사회적 안전망”이라며 “제도적 보완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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