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사고조사위에 국토부 전현직… ‘셀프조사’ 논란

무안공항 사고조사위에 국토부 전현직… ‘셀프조사’ 논란

옥성구 기자
옥성구 기자
입력 2025-01-06 00:43
수정 2025-01-0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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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즉각 ‘초 단위 브리핑’… 제주항공 참사는 교신내용도 ‘깜깜이’

발주·승인기관 모두 국토부 산하
유가족, 별도 조사기구 설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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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잔해 살피는 관계자들
엔진 잔해 살피는 관계자들 3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및 국과수 관계자 등이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에 파묻힌 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2025.1.3.
연합뉴스


제주항공 참사 원인을 규명하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국토교통부 전현직 관료들이 맡아 논란이 일고 있다.

참사 진상 규명의 핵심은 ‘콘크리트 둔덕’을 비롯한 공항 시설물 설치 및 관리의 책임 소재를 파악하는 일인데 한국공항공사와 부산지방항공청 등 발주·승인처가 국토부 산하기관이기 때문이다. 유가족 측은 “셀프 조사를 하는 셈”이라며 국토부 관계자를 조사에서 배제하거나 중립적인 별도 기구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5일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조사위는 총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장만희 위원장은 국토부 항공교통본부장 출신이고 상임위원인 주종완 항공정책실장과 윤진환 철도국장은 현 국토부 소속이다. 비상임위원 8명은 민간 전문가와 교수 출신이며 공통(법률)위원 한 명이 변호사 출신이다. 항공조사팀을 총괄하는 항공조사팀장도 국토부 출신이다.

논란은 위원장과 상임위원이 최종보고서 심의에 ‘개입’할 수 있다는 데서 불거졌다. 최종보고서는 기장과 정비사 등 민간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항공조사관들이 작성한다. 이들은 사고 발생 후 30일 이내에 예비보고서를 발송해야 하고 의견 청취 후 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보고서를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위원장은 관련 업무를 통할하고 상임위원은 최종보고서에 ‘의견 제시’ 형태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무안국제공항 콘크리트 둔덕의 규정 준수 여부와 관련, 국토부는 오락가락 해명을 반복한 끝에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를 받치는 콘크리트 둔덕은 2023년 개량사업에서 두께 30㎝ 콘크리트 상판이 추가되며 오히려 더 단단해졌는데, 당시 발주처가 한국공항공사이고 승인은 부산지방항공청이 했다. 사건조사위의 인사·예산에 대한 지휘권도 국토부 장관이 갖고 있다.

희생자 가족들로 구성된 ‘12·29 제주항공여객기참사가족협의회’는 전날 무안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 시설물이 참사 원인 중 하나라는 의혹이 있는데도 책임 주체인 국토부가 ‘셀프 조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족 측 김정희 변호사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국토부가 중심이 된 위원회이기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국토부 입장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면서 “어떤 결과든 수긍하려면 조사 과정과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조사위 관계자는 “표면상으로 위원장과 상임위원이 국토부 전현직 고위 간부이긴 하지만 상임위원은 명목상 이름을 올린 것이고 분과위 회의에도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국토부에 대한 독립성 문제로 비상임위원은 전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위원장은 최종보고서가 나올 때 조사가 투명하게 이뤄졌는지를 심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사가 지나치게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건조사위가 조사한 사고 당시 교신 내용이나 관제사 면담자료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블랙박스 중 하나인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의 녹취록 작성 작업을 이날 완료했으나 비공개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사고 직전 9분간의 교신 내역은 일부 공개했지만 세부 내용은 CVR과 비행기록장치(FDR) 등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함구하고 있다.

해외 사례와도 대조적이다. 2013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착륙 사고(탑승객 307명 중 3명 사망·187명 부상) 당시 조사 결과는 11개월 만에 나왔지만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사고 이튿날 블랙박스를 토대로 한 충돌 직전 조종실에서의 상황을 중간 조사 성격으로 상세하게 브리핑했다. 덕분에 충돌 직전 상황이 사고 직후에 초 단위로 밝혀졌다. 불필요한 의혹을 막기 위해서라도 투명하게 조사 결과를 밝혀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래야 희생자 유가족들도 트라우마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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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CVR 분석만으로도 사고 당시 정황은 거의 나온다”면서 “사건조사위가 책임 논란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항공기의 기계적 움직임을 담은 FDR 분석까지 기다리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25-01-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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