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에 삼켜진 40년 장사터···상인·주민·구청 모두 난감해진 화마 속사정

화재에 삼켜진 40년 장사터···상인·주민·구청 모두 난감해진 화마 속사정

곽소영 기자
곽소영 기자
입력 2022-03-21 18:48
수정 2022-03-2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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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마장동 먹자골목 화재
40년 생계 터 잃은 상인들 낙담
민원·화재 사각지대에 구청도 난감
“지역의 자산 차원에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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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마장동 먹자골목 화재현장에 지난 20일 설치된 성동구 재난안전 대책본부 출입 제한 라인 뒤로 타다 남은 가재도구와 식재료가 널려있다. 곽소영 기자
서울 성동구 마장동 먹자골목 화재현장에 지난 20일 설치된 성동구 재난안전 대책본부 출입 제한 라인 뒤로 타다 남은 가재도구와 식재료가 널려있다.
곽소영 기자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과 쌍벽을 이루던 먹자골목이 하루아침에 무너져내렸다. 지난 19일 발생한 화재가 식당 등 먹자골목 건축물 9곳을 연달아 집어 삼키면서다.

불이 난지 사흘째인 21일에도 먹자골목 화재 현장은 수습되지 못한 채 부서진 의자와 식탁, 냉장고 등 가재도구와 돼지 족 등 식재료들이 까맣게 탄 채 뒤섞여 있었다. 일부 가게는 지붕까지 모두 전소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가게 주인들은 자신의 집과 식당 앞을 오가며 흉하게 찢어진 포스터를 떼는 등 낙심한 채 주변을 둘러봤다.

먹자골목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전부터 약 40년째 족발집을 운영해온 60대 이재민 A씨는 이번 화재로 불에 탄 자신의 가게 앞에서 “벼락 맞았네, 벼락”이라고 말하며 발길을 떼지 못하고 서성거렸다. A씨는 “연탄불을 뗄 때부터 평생 이곳에서 장사를 하며 자식을 키우고 가장 노릇을 했다”면서 “여든이 넘은 옆 식당 주인 할머니에겐 놀라 쓰러지실까봐 나오지 마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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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난 지 사흘째인 21일에도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시장 입구의 먹자골목 화재 현장은 수습되지 못한 채 부서진 의자와 식탁, 냉장고 등 가재도구 등이 뒤섞여 있다.
불이 난 지 사흘째인 21일에도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시장 입구의 먹자골목 화재 현장은 수습되지 못한 채 부서진 의자와 식탁, 냉장고 등 가재도구 등이 뒤섞여 있다.
먹자골목 이재민들은 화재로 당분간 장사가 어려워졌다는 막막함을 넘어 생계 수단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불이 난 먹자골목의 건물 대부분이 무허가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마장동 먹자골목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국책 사업으로 축산물시장 인근의 포장마차 등을 정리하기 위해 국공유지인 현 위치에 가건물을 세우고 상인들을 이주시키면서 조성됐다. 마장동 먹자골목이 활성화되며 약 30년 전부터 상인들은 도로 사용료를 내며 생계를 꾸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주변 주민들의 민원이 늘어 가뜩이나 철거될까 불안을 안고 살던 먹자골목 상인들의 입장에선 화재 이후 복구는 커녕 아예 쫓겨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화재로 가게와 집을 모두 잃은 이재민 B씨는 “평생 여기서 장사해왔고 나이를 먹어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시작할 수도 없다”면서 “수백명의 생계가 걸린 이 골목이 사라질까봐 목숨을 걸만큼 절박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화재에 취약한 무허가 건축물을 화재 사각지대로 방치할 수도 없다. 먹자골목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졌지만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스프링클러나 누전차단기의 설치 의무가 없고 소방 점검 역시 주기적으로 되지 않아 피해가 컸다.

성동소방서 관계자는 “불이 난 먹자골목과 같은 무허가 가설 건축물은 현행법상 소방서에서 의무적으로 화재 예방 점검을 하지 않아도 돼 봄과 가을에 진행하는 점검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평생 일궈온 장사터를 잃어 낙담한 상인들과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 사이에서 구청 역시 난감한 상황이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마장동 먹자골목은 음식점 등 영업장으로도 활용되지만 33명의 실거주지라 강제철거가 아닌 자발적 퇴거를 유도해왔다”며 “주민과 상인의 의견을 모두 반영해 형평성 있게 개선할 수 있도록 협의체를 마련해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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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마장동이라는 역사성도 있는 지역이기에 지역의 자원이나 자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주민들 간 소통을 충분히 진행해 새로운 공간을 활용할 수 있을만 한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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