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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군 성추행’ 준위 “통화 기록 삭제, 아내 오해할까 봐”

[단독] ‘공군 성추행’ 준위 “통화 기록 삭제, 아내 오해할까 봐”

오세진 기자
입력 2021-11-21 18:04
업데이트 2021-11-22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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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사망 이틀 전 자신의 차에 태워
발견 당일 23회 전화엔 “늦잠 걱정” 해명
숙소 앞서 벨소리 듣고도 119 신고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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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임태훈(왼쪽)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이 이모 준위가 지난 5월 A하사가 사망하기 전에 A하사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인지하고도 이를 피해자 유족에게 제때 알리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는 모습. 2021.11.15. 뉴스1
사진은 임태훈(왼쪽)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이 이모 준위가 지난 5월 A하사가 사망하기 전에 A하사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인지하고도 이를 피해자 유족에게 제때 알리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는 모습. 2021.11.15. 뉴스1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A하사를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 준위가 사건을 은폐하려고 통화기록을 삭제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이 준위가 “아내가 보면 오해할까봐 삭제했다”고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준위는 지난 5월 11일 B주임원사와 A하사 숙소를 공동으로 침입한 혐의 등으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A하사에게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연락을 자주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이 준위는 A하사가 사망하기 이틀 전인 5월 9일 당시 통화한 기록을 삭제했다. 당시 이 준위는 A하사를 만나 자신의 차에 태웠다. 이 준위는 올 3월부터 4월까지 부대 상황실에서 A하사의 볼을 잡아당기는 등 두 차례 강제추행한 사실을 수사 과정에서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준위는 통화기록 삭제 이유를 묻자 “아내가 내 휴대전화를 볼 수도 있으니까 아내가 괜히 오해할까 봐 삭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하사에게 전화를 한 이유에 대해서는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를 잘 챙겨 주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준위는 또 사망한 피해자의 숙소에 침입해 피해자의 물건에 손을 댄 이유에 대해 “나도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이 준위는 A하사 사망 당일 오전 7시 33분부터 A하사에게 모두 23차례 전화를 했다. A하사 숙소 앞에서도 전화를 걸어 숙소 안에서 울리는 벨소리를 확인했다. 그러나 B원사가 A하사 숙소에 도착한 오전 8시 45분까지 이 준위는 112 또는 119에 신고를 하거나 중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이 준위는 A하사에게 여러 차례 전화한 이유에 대해 “피해자가 출근하지 않아서 걱정돼서 그랬다”면서 “혹시나 늦잠을 자거나 그 전날 술을 많이 마셔서 잠에서 깨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피해자를 깨우려 전화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하사 유족 측은 “이 준위의 주장대로 위급한 상황이었다고 판단됐다면 서둘러 119 등에 신고를 해야 했을 것”이라면서 “피해자의 지연 출근에 따른 불이익이 우려돼 외부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B주임원사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1-11-2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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