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도 안 돼 70명 집단감염…장애인 옥죄는 ‘코호트 격리’

열흘도 안 돼 70명 집단감염…장애인 옥죄는 ‘코호트 격리’

손지민 기자
입력 2021-01-03 17:12
수정 2021-01-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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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시설 첫 발생 후 71명 누적 확진

구치소, 요양병원 등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시설을 중심으로 동일집단(코호트) 격리의 문제점이 지적되는 가운데 여러 명이 공동생활을 하는 장애인생활시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코호트 격리보다 긴급 분산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서울 송파구 장애인생활시설 관련 누적 확진자는 총 71명으로 지난달 25일 시설 종사자가 최초로 확진 판정을 받은 지 열흘도 되지 않아 동료 직원, 거주인 등 7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집단감염이 일어났다. 확진자 중 일부만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고, 30명이 넘는 나머지 확진자는 비확진자와 함께 해당 시설에 코호트 격리됐다.

장애인생활시설은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24시간 공동생활을 하는 등 물리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워 감염에 취약한 구조다. 지적장애인이 거주 중인 송파 시설도 한 방에 6명 정도가 하루 종일 함께 생활한다. 인력·공간 등의 문제로 기본적으로 1인 1실은 불가능하다. 공용 거실과 화장실 등에 방들이 붙어 있는 형태로, 많게는 25명 가까이 한 생활실에서 지내기도 한다.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는 “송파 시설의 비확진자들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난 후에도 여전히 한 공간에 6명씩 함께 생활하고 있다”며 “시설 종사자 1명이 거주인 여러 명을 돌보는 구조 속에서는 거리두기와 개별 지원 등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공동생활가정과 단기 거주시설을 제외한 장애인생활시설은 전국 628개로, 총 2만 4980명이 거주 중이다. 이 시설들에서는 송파 시설과 비슷한 집단감염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발표한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증장애인 생활시설 1개 방에 거주하는 평균 인원은 5.3명으로 나타났다. 6명 이상 거주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36.1%에 달했다. 다른 유형의 장애인생활시설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지원단체들은 긴급 분산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파 시설에 대한 ‘긴급 탈시설’을 요구했다. 송파 시설처럼 긴급한 상황인 경우 장애인들이 폐쇄적인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장애인단체들의 요구에 응해 음성 판정을 받은 송파 시설 거주인을 긴급 임시 거주공간, 지원주택 등을 마련해 분산하겠다고 밝혔다.

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승인을 전제로 했다. 단체들은 중대본의 승인을 촉구하는 농성을 이어 가는 중이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철폐연대 대표는 “방역지침은 가급적이면 집단으로 모이지 않는 것인데, 유독 장애인들은 그 반대로 생활하게 만든다”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코호트 격리로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시설에서 나와 개별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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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2021-01-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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