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권력의 가해자에 분노… 세상 바꾸려 입 연 피해자 응원”

“거대한 권력의 가해자에 분노… 세상 바꾸려 입 연 피해자 응원”

이근아 기자
입력 2020-07-15 20:52
수정 2020-07-16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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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고발한 피해자와 연대합니다… 여성들의 위로·공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전직 비서에 대해 여성들의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피해자와 연대합니다’ 해시태그를 달고 한국여성의전화 등에 문자 후원 인증을 하거나, 성폭력 피해를 당한 김지은씨의 저서 구매 인증 사진을 공유한다.  트위터 캡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전직 비서에 대해 여성들의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피해자와 연대합니다’ 해시태그를 달고 한국여성의전화 등에 문자 후원 인증을 하거나, 성폭력 피해를 당한 김지은씨의 저서 구매 인증 사진을 공유한다.
트위터 캡처
20대 중반 대학생 최은정(이하 가명)씨는 최근 한국여성의전화에 문자메시지 후원(3000원 기부)을 한 뒤, 인증샷과 함께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라는 내용의 해시태그(#)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여성의전화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데이트 폭력 피해 경험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는 최씨는 그날 처음으로 ‘내 잘못이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는 “공감과 위로 덕에 그간 나를 붙잡고 있던 폭력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15일 서울신문은 SNS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전직 비서 A씨와 연대하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A씨의 이야기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라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의 호소를 보며 자신의 경험을 떠올린 이들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피해자를 응원했다.

최씨는 A씨가 대리인을 통해 밝힌 입장문을 보면서 딸뻘인 자신의 외모를 평가하던 선생님, 사적으로 연락하던 아르바이트 가게 사장님, 호감을 완곡히 거절했더니 화를 냈던 학교 선배 등 애써 묻어 뒀던 기억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괜히 예민한 사람으로 몰릴까 봐, 이해심이 없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 나서지 못했다”면서 “모든 걸 감수하고 세상을 바꾸려 입을 연 피해자를 응원하고 싶다”고 했다.

여성들은 최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등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반복되는 것에 크게 분노했다. 특히 사건 발생 이후에도 공고히 유지되는 가해자들의 거대한 권력 앞에 무력감을 느꼈다고 했다.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는 30대 김서연씨는 “안 전 지사 모친상에 유력인사들이 보란듯 조문하는 것에 충격받았다”면서 “그럼에도 박 전 시장의 가해를 고발한 그 용기는 이 땅의 수많은 여성을 구한 것이라는 사실을 피해자가 기억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성 연대는 여러 피해자를 향해 가지를 뻗고 있다. 출판계에서 일한다는 30대 서은주씨는 피해자를 연대하는 내용의 글을 SNS에 공유하는 사람에게 안 전 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 김지은씨의 ‘김지은입니다’ 책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그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출판계 내 성폭력, 임금 차별, 불안정 노동 등 불합리한 처우를 견디는 동료와 후배들을 많이 봤다”면서 “힘겨운 싸움을 하는 여성들에게 작게나마 응원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편에 서는 사회 분위기가 바뀔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했다. 최근 ‘김지은입니다’를 읽었다는 30대 이다혜씨 역시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은 마치 자신과 관련없다는 듯이 가해자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왜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느냐’며 피해자를 손가락질한다”면서 “피해자가 외롭지 않도록 그의 책을 읽고, 그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피해자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도록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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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20-07-1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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