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생] 커닝 속출 온라인 시험, 대학은 정말 책임 없나요

[취중생] 커닝 속출 온라인 시험, 대학은 정말 책임 없나요

김정화 기자
입력 2020-06-06 12:00
수정 2020-06-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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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기자님, 저희 학교만 그런 거 아니잖아요.”

지난 2일, 1학기 기말고사를 비대면(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인 서울 한 사립대 관계자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한 얘깁니다.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방지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얼버무리다 내놓은 대답이 이랬습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으면서 대부분의 대학은 이달 말 예정된 기말고사를 비대면 시험으로 전환했습니다. 아무리 방역과 소독을 철저히 해도 학생들이 한꺼번에 모여 시험을 치는 건 위험부담이 크다고 본 겁니다.

온라인 시험 친다면서 커닝 방지책은 “…”문제는 비대면 시험의 공정성입니다. 지난 중간고사 때 이미 온라인으로 시험을 치른 일부 학교에서 학생들이 집단으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하대 의대에서는 무려 91명의 학생이 의학과 과목 단원평가와 중간고사에서 답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건국대와 서강대, 연세대, 한양대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학에서도 중간고사 기간 학생들이 모여서 시험을 보거나 대리시험을 봤다는 제보가 속출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작 대학 당국에서는 온라인 부정행위를 막을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서울신문이 서울시내 대학 10여곳에 물어본 결과 대다수의 대학이 커닝, 대리시험 등 부정행위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시피 했습니다.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학생 얼굴을 확인하겠다는 대학은 ‘양반’이었습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엄격한 관리가 가능한 경우에만 온라인 시험을 허용한다”고 했는데, 엄격한 관리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논의 중”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우리 학교 학생들은 부정행위를 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는 황당한 답을 내놨습니다.

대다수 대학이 선택한 답은 ‘교수 재량에 맡긴다’였습니다.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시험이든 보고서든 모든 결정을 교수나 강사 개인에게 떠넘기는 겁니다. 이에 서울 한 사립대 교수는 “학생들에게 기말고사 진행에 대해 의견을 물었는데, 너무 다양한 의견이 나와 고민스럽다”면서 “부정행위 방지도 문제지만, 수업을 열심히 들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어떻게 구분할지도 문제”라고 전했습니다. 공정성 논란을 막을 수 없는 온라인 시험 대신 아예 보고서만 제출받아 평가하겠다는 교수도 많습니다.

학생들 “교육권 침해…등록금 반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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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단체 ‘청년하다’와 이화여대·숙명여대 총학생회,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등이 제21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린 5일 오전 8시30분부터 ‘21대 국회를 향한 대학 등록금 반환 10시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청년단체 ‘청년하다’와 이화여대·숙명여대 총학생회,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등이 제21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린 5일 오전 8시30분부터 ‘21대 국회를 향한 대학 등록금 반환 10시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학생들 사이에선 “온라인 시험이 ‘인싸’와 ‘아싸’를 구분하는 기준이 됐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이렇게 별다른 방지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 시험을 치면 절대 부정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겁니다. 한 학생은 “친한 친구가 많으면 (답안을 서로 공유하니) 시험을 잘 보고, 친구가 없으면 혼자 망하는 식”이라면서 “커닝 안하는 사람만 바보된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대학 당국에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와 청년단체 ‘청년하다’, 이화여대·숙명여대 학생회 등은 5일 국회 앞에서 등록금을 반환해달라며 10시간 연속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교육권이 침해되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대학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각 대학본부는 ‘교육부의 가이드가 없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다’며 서로 책임 미루기만 한다는 겁니다.

수개월째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답만 반복하며 수업에서도, 시험에서도 책임을 회피하는 대학. 이게 정말 최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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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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