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베리 만큼 화난 한국 10대도 ‘등교 거부’

툰베리 만큼 화난 한국 10대도 ‘등교 거부’

박지은 기자
입력 2019-09-26 18:29
수정 2019-09-2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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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 기후위기 정상회담’ 중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매섭게 노려보는 한 소녀의 사진이 화제를 모았다. 그 주인공은 스웨덴 출신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 그는 지난해 8월부터 기후 위기에 대한 세계 각국의 미온적 대응을 고발하고자 학교 대신 스웨덴 의회 앞에 출석해 1인 시위를 벌였다.

10대 소녀가 쏘아 올린 기후 위기에 대한 따끔한 일성은 전 세계 150여 곳에서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졌다. 특히 유럽과 미국 곳곳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청년과 청소년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결석 시위’(school strike)가 열렸다. 이들은 ‘미래 세대를 위해 현실을 직시하라’며 기후 위기에 뒷짐만 지는 ‘못난 어른’들을 향해 소리를 높였다.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가 극히 제한적인 한국에서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감지된다. 지난 25일 서울 중구 서울NPO지원센터에서 ‘결석 시위’를 기획하며 세계 기후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한국의 청년과 청소년들을 만났다. 이들은 오는 27일 오전 10시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결석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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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실망스러웠죠. 기후 위기에 근본적으로 책임이 있는 게 누군데 지금?”

청소년기후행동네트워크 김도현(16)양은 최근 ‘결석시위’를 앞두고 만난 환경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양은 “‘대견하다’, ‘기특하다’며 ‘너희가 주체가 돼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은 바로 정부”라며 “우리는 보호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양은 특히 “(환경부 한 관계자가) 한국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37%인데 이대로 가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게 뻔하다고 말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지키지 못할 걸 알면서도 지금의 정책을 고수하는 건 스스로 파국의 길을 선택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지한 고민 없이 부처 홍보 사진만 찍으며 ‘기특한 청소년’ 정도로 우리를 소비하기 바쁜 어른들의 모습이 부끄럽다”며 “책임의식을 갖춘 어른들이 우리와 연대하기를 원한다”고 호소했다.

같은 단체의 김보림(26)씨 역시 “어른들은 당연히 누려왔던 것들을 지금 우리 세대는 누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면서 “어른들은 미래 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을 느끼고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5월 광화문 시위에서의 일화를 소개했다. 김 씨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시위를 나갔지만 돌아온 건 냉소뿐”이었다며 “한 번은 왜 거리에 나왔느냐는 질문을 받고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이야기했더니 ‘우리 때는 경제 성장을 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요즘 애들은 스펙 쌓으려고 별짓을 다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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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는 미래 세대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위협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연재(17)양은 “기후 위기는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들에게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4500여 명의 온열질환자 중 사망자가 48명이나 됐다. 기후 위기를 방관하는 것은 사회 불평등의 비극 또한 방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학교를 빠지면서까지 시위에 동참할 필요성을 묻는 물음에 이들은 “미래가 없는데 미래를 위한 공부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물었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기후 위기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책상에만 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저희도 정말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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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PD jieun164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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