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XX, 여잔 男 낳아야”…서울시립대 교수 해임 취소 판결

“빨갱이 XX, 여잔 男 낳아야”…서울시립대 교수 해임 취소 판결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19-05-12 10:29
수정 2019-05-1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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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대답 못하면 “모자란 XX”
“여자 30살 넘으면 안 싱싱해 출산 문제”
“여자는 男아이 낳아야 하니 컴퓨터 많이 하지 마”
법원 “학생들 집중도 높이기 위한 측면…성희롱 의도 약해”
“빨갱이 XX”, “여자는 남자아이 낳아야 하니 빨리 결혼해” 등 학생들에게 수업 도중 수차례 막말과 성차별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서울시립대 교수에 대한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본인이 공개 사과했고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측면, 성희롱 의도가 약한 점 등에서 징계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서울시립대 김모 교수가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김 교수는 2016년 수업 중 대답을 못 하거나 틀린 답을 한 학생에게 “빨갱이 XX”, “모자란 XX” 등 폭언을 하고, 죽비로 학생들의 어깨를 치며 “맞으면서 수업을 들을 자신이 없으면 나가라”고 말한 사실이 학생 대자보를 통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그는 또 여학생들에게 “30살 넘은 여자들이 싱싱한 줄 알지만 자녀를 출산했을 때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빨리 결혼해야 한다”, “여자는 남자아이를 낳아야 하니까 컴퓨터를 너무 많이 하거나 TV 시청을 많이 하지 마라”는 등 성희롱과 성차별 요소가 있는 발언도 했다.

대자보가 게시되자 김 교수는 수업 시간에 공개 사과를 했으나 직후에 연구교수가 시험지를 잘못 가져오자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욕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학생은 대자보 게시, 국가인권위원회 및 서울시의회에 대한 진정 등 과정을 거치며 일부 동료 학생들과 원고를 옹호하는 대학원생 및 졸업생들로부터 비난받는 등 2차 피해를 보기도 했다.

김 교수는 2017년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으나, 재심사 후 해임 처분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김 교수의 비위 내용을 인정하면서도 징계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비위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성희롱의 경우’에는 해임 외에도 정직, 감봉, 견책 등 처분이 가능한데 해임을 한 것은 징계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교원으로서 일반 직업인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원고가 여러 비위 행위를 해 소속 대학교와 교원들의 명예 및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점에서 잘못이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도 해임 사유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재판부는 “강의 과정에서 학생들의 집중력 등을 높이기 위해 그 같은 언행을 한 측면도 있고, 폭언·욕설 및 폭행 수준이 중하지 않다”면서 “성차별적 발언은 출산율 저하 문제 때문에 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성희롱 의도는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 학생에 대한 2차 피해는 원고가 개입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이를 원고에게 불리한 징계 양정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대자보 게시 직후 공개적으로 잘못을 사과했다”면서 “동종 징계 전력도 없고 이 사건 징계 이전까지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받은 바 없어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으니 반성할 기회를 부여받으면 더 성숙한 교육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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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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