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공연 대목인데…“휠체어타면 볼 수 없대요”

명절 공연 대목인데…“휠체어타면 볼 수 없대요”

기민도 기자
입력 2019-02-03 06:00
수정 2019-0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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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휠체어타면 휠체어석 이용 못해”…관람 포기
사각지대에 휠체어석 배치하는 경우도
“장애인석, 관람하기 편하게 위치도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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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 휠체어석
‘무용지물’ 휠체어석 지난달 초 김지혜씨가 찾은 힙합 공연장에 마련된 휠체어석의 모습. 앞이 반투명 아크릴 판으로 막혀 공연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김지혜씨 제공
설 명절을 맞아 공연장이나 극장을 찾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다. 명절 특수를 노린 문화공연도 쏟아진다. 하지만 장애인은 여전히 문화 공연에서 불청객 취급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장애인들은 공연장에서 휠체어석도 마음편히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은 “연휴 기간에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고싶지만 또 다시 상처받을 생각에 엄두가 안난다”고 입을 모았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이성은(가명·37)씨는 지난달 초 서울의 한 공연장에서 열리는 뮤지컬 공연의 휠체어석을 예매하는 과정에서 “공연을 보려면 수동휠체어로 바꿔 타야한다”는 말을 들었다. 전동휠체어를 타면 뒷좌석 관객들의 시야를 가릴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수동휠체어를 타면 앉은 키가 더 낮아져 공연을 관람하기 어려운 이씨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씨는 “휠체어 교체요구는 비장애인에게 몸통을 갈아끼우고 관람하라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며 “모욕감을 느껴 결국 좌석예매를 취소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휠체어석 판매한다는 공지를 하지 않거나 공연 당일이 돼야 예매가능 여부를 알려줄 수 있다는 곳도 있다. 이씨는 “최근 대구에서 콘서트 휠체어석을 예매하려고 고객센터로 전화를 했는데 당일이 돼야 휠체어석에서 공연을 볼 수 있을지 알려줄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동휠체어를 타고 13번 공연장을 찾았다는 30대 김지혜씨는 “앞 자리 휠체어석에는 스피커가 놓여져있고 뒷자리만 판매하는 공연, 심지어 휠체어석이 하나도 없는 공연도 있다”며 “공연할 때마다 일일이 휠체어석이 있는지 고객센터나 주최측으로 문의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의 한 작은 공연장 내부 모습. 휠체어석이 네 자리 밖에 없는데 이 가운데 두 곳에 장비가 설치돼 있다.  김지혜씨 제공
대구의 한 작은 공연장 내부 모습. 휠체어석이 네 자리 밖에 없는데 이 가운데 두 곳에 장비가 설치돼 있다.
김지혜씨 제공
휠체어석 예매에 어렵게 성공해 공연장에 가도 벽이 남아 있다. 김씨가 지난달 초 찾은 힙합 공연장에 마련된 휠체어석 앞은 반투명 아크릴판으로 막혀 있었다. 김씨가 “공연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주최 측에 항의하자 돌아온 말은 “아크릴판 구멍으로 보든지 알아서 하라”였다. 김씨는 “주최측은 비장애인들의 시야가 가리는 것을 고려해 좌석 판매를 하면서 장애인 관객의 시야는 당사자가 감당하라는 식이다”고 비판했다.

이런 불편함과 차별은 장애인들이 문화 공연을 즐기는 것을 더 어렵게 한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진행하는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들이 지난 1년 동안 영화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문화생활에 참여한 것은 3% 미만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문화접근권이 향상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서동운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장은 “지금까지는 형식적인 쿼터를 주는 양적인 부분으로 접근했다면 이제는 질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장애인 관람권을 확보하려면 벌칙조항들도 같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일 장애인문화연대 총장은 “영화관에는 시청이 어려운 앞좌석에 자리가 있고, 연극이나 뮤지컬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뒷좌석만 판다”며 “공연장 설계에서부터 장애인 관람을 배려하는 방식으로 지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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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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