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장벽’ 훼손 그라피티 예술가, 사과문 올렸다가 삭제

‘베를린장벽’ 훼손 그라피티 예술가, 사과문 올렸다가 삭제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8-06-15 19:24
수정 2018-06-1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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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용씨가 베를린장벽의 서독쪽 벽면에 자신의 고유 패턴을 그려넣은 모습. 정씨는 이 패턴에 대해 “우주와 더불어 끝없이 창조와 번영을 희구하는 한민족의 이상을 담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태용씨가 베를린장벽의 서독쪽 벽면에 자신의 고유 패턴을 그려넣은 모습. 정씨는 이 패턴에 대해 “우주와 더불어 끝없이 창조와 번영을 희구하는 한민족의 이상을 담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베를린시가 서울시에 기증해 청계천 인근에 전시된 베를린장벽을 스프레이로 훼손한 그라피티 예술가 정태용(테리 정·28)씨가 사과문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지난 8일 정씨가 서울 중구 청계2가 한화빌딩 앞에 있는 베를린장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낙서를 그린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훼손이 알려졌고 논란이 일었다.

베를린장벽이 세워진 서울 시내의 ‘베를린 광장’은 우리나라의 통일을 염원하는 의미로 서울시가 부지를 마련하고 베를린시가 조성 비용을 부담해 만들어진 곳이다.

베를린에 있을 당시 사람들의 접근이 자유로웠던 서독 쪽 벽면은 통일을 염원하는 글과 그림이 남아 있던 반면, 동독 쪽 벽면은 시민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접근을 제한해 콘크리트 벽만 남아 있다. 이러한 역사적 흔적이 정씨에 의해 알아볼 수 없게 훼손돼 버린 셈이다.

베를린 장벽을 관리하는 중구청은 현장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고,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정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시 청계2가에 전시된 베를린장벽을 훼손한 그라피티 예술가 정태용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과문.(위) 그러나 이틀 뒤인 15일 사과문이 다시 삭제됐다. 2018.6.15
서울시 청계2가에 전시된 베를린장벽을 훼손한 그라피티 예술가 정태용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과문.(위) 그러나 이틀 뒤인 15일 사과문이 다시 삭제됐다. 2018.6.15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유럽을 여행할 때 베를린장벽에 예술가들이 예술적 표현을 해놓은 걸 봤는데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관심도 없고 흉물처럼 보였다”면서 “건곤감리 태극마크를 인용해 평화와 자유를 표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지난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과문도 올렸다. 그는 “장벽 자체에 많은 상징성들이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죄송하다. 상징성에 대한 부여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는데 그곳에 이같은 행위를 해 여러분에게 심려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저의 의도는 불순하지 않다. 분단의 현실에 더 자유를 상징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제 내면에서는 11년 만에 이뤄진 (남북 정상) 회담이 영감이 됐다”며 “의도를 떠나 열심히 활동 중이신 그라피티 라이터 분들에도 그라피티의 안 좋은 인상을 안겨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제게는 저를 비판하는 여러분 모두가 소중한 사람들이다. 여러분께 실망 끼쳐 죄송하다”면서 “기사 댓글을 보고 비판 의견 모두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있다. 선처 부탁드린다. 부디 노여움을 푸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사과문을 삭제했고, 현재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처음 베를린장벽을 훼손한 뒤 올린 사진 등 관련 게시물이 모두 사라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정씨가 밝힌 예술적·사회적 의도와 달리 그가 지난해 3월 출시한 문화예술브랜드 ‘히드아이즈’(HIDEYES)의 패턴을 강조해 그려놓은 것으로 보아 “단순한 회사 홍보 아니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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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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