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묘 방치는 안 돼”…서울시설공단 직원들 ‘2.5t 등짐 재능 기부’

“퇴계 묘 방치는 안 돼”…서울시설공단 직원들 ‘2.5t 등짐 재능 기부’

김상화 기자
김상화 기자
입력 2018-05-29 18:06
수정 2018-05-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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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1501~1570) 선생과 맏며느리의 허술한 묘소를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공기업 임직원들이 말끔히 정비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29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설공단 임직원 20여명이 경북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에 있는 퇴계 선생의 맏며느리인 봉화 금씨의 묘소를 찾아 말끔히 정비했다. 도로에서 200여m 떨어진 가파른 산 중턱의 묘소까지 뗏장 2.5t을 등짐으로 나른 뒤 무너진 봉분을 다시 세우고 듬성듬성한 잔디를 모두 걷어내 새로 입혔다. 산소의 잔디 성장을 방해하는 주변 소나무의 가지치기도 곁들였다. 작업에 꼬박 이틀을 보냈다.

지난해 이맘때도 이렇게 정성을 담아 50여m 떨어진 곳의 퇴계 선생 묘소를 손질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산소 정비에 1년이라는 시간 차를 둔 것은 무엇보다도 예의범절을 중요시하는 성리학의 가르침을 존중한 때문.

이전만 해도 이들 산소는 만든 지 오래된 데다 관리마저 제대로 안 돼 허술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이 때문에 안동시 홈페이지엔 퇴계 묘소를 새로 단장해야 한다는 글이 쏟아져 안동시를 곤혹스럽게 했다.

시 측이 몇 차례에 걸쳐 퇴계 문중에 산소를 정비해 주겠다고 제의했지만 번번이 내쳐졌다. 문중이 선생 묘소 관리에 단 한푼의 예산도 쓸 수 없다며 극구 마다했기 때문이다. 퇴계 선생이 임종을 앞둔 1570년 형의 아들 영(寗)에게 “내가 죽으면 반드시 조정에서 예장(현대의 국장)을 내릴 것인데 사양하라”고 유언한 데 따른 것이다. 퇴계의 17대 종손 이치억(43)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29일 “퇴계 할아버지께서 마지막까지 화려한 예우를 거부하고 겸양과 검소함을 추구한 높은 뜻을 받들기 위한 것으로,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의 선비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서울시설공단 임직원들이 퇴계 선생 묘소 등을 참배한 게 묘소를 정비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김윤기 복지경제본부장 등 임직원들이 한목소리로 “조선 최고 성리학자로 불리는 선생의 초라한 묘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김병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에게 정비를 제안했고, 김 이사장이 문중과 상의한 끝에 수락했다. 김 이사장은 “서울시설공단 임직원들이 재능 기부를 통해 퇴계 선생과 큰며느리의 산소를 정성껏 돌봐 준 데 대해 거듭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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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2018-05-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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