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운행 중 상가 화재 진압하고 떠난 운전사…“별일 아닌데”

버스운행 중 상가 화재 진압하고 떠난 운전사…“별일 아닌데”

강경민 기자
입력 2017-12-21 15:18
업데이트 2017-12-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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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로 불길 잡고 즉시 현장 떠나…소방서 감사패 받아

마을버스 운전기사가 버스 운행 중 상가 화재를 목격하고 혼자 불을 끈 뒤, 별일 아니라는 듯 차를 몰고 현장을 떠난 사실이 알려져 귀감이 되고 있다.

무거교통 소속 김민규(33)씨는 지난 10월 31일 오전 6시 50분께 울산시 남구 무거시장 일원을 지나던 중 한 음식점 외부에서 새빨간 불길이 치솟는 광경을 목격했다.

김씨는 즉시 도로변에 버스를 세우고 차에 비치된 소화기를 들고 내려 불을 껐다. 소화기 1개로 진압이 어렵자, 지나가는 마을버스를 세워 소화기 1개를 더 빌렸다.

그의 신속한 대응으로 불은 5분여 만에 꺼졌다.

김씨는 그러나 소방차가 도착하는 것을 보고는 그대로 버스를 몰고 사라졌다. 버스 승객들이 기다린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건물주가 직접 불을 끈 것으로 알았고, 건물주는 누가 화재를 진압했는지 모르는 상태로 상황은 마무리됐다.

김씨의 선행은 우연한 계기로 주위에 알려졌다.

울산시가 대중교통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무작위로 버스 블랙박스 영상을 골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일련의 광경을 확인, 한 달가량 묻혀있던 미담이 공개됐다.

울산 남부소방서는 21일 김씨를 초청해 대형 화재를 예방한 공로로 감사패를 수여했다.

김성달 남부소방서장은 “김씨의 신속한 대응이 아니었다면 불이 상가 내부와 주변으로 확대돼 큰불이 될 수 있었다”면서 “훌륭한 일을 하고도 주변에 일절 알리지 않아 묻힐 뻔한 선행이 시민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도록 감사패를 드린다”고 밝혔다.

김씨는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어서 주변에 말하지 않았을 뿐”이라면서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고3 수험생들이 학교에 늦지 않도록 즉시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올해 5월부터 마을버스 운전을 시작한 그는 “대단한 일도 아닌데 회사에서 포상을 받고, 이렇게 감사패까지 받게 됐다”면서 “평소 소방업무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소방관 특채시험도 준비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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