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이틀째 신문 종료…‘현안청탁·뇌물지원’ 부인

이재용 재판 이틀째 신문 종료…‘현안청탁·뇌물지원’ 부인

입력 2017-08-03 13:20
업데이트 2017-08-0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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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질책, 정유라 지원 의미로 생각 못해…독대 때 승계 언급 없어”“승마 지원, 최지성 실장이 챙길거라 생각…일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朴에 ‘레이저’ 표현 후회…여자분 싫은 소리 들은 게 처음이라 당황”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피고인 신문이 이틀 만에 마무리됐다.

이 부회장은 3일 이뤄진 신문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승마 지원’이 최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을 의미하는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현안 해결을 위한 부정 청탁과 뇌물공여를 약속한 적이 없다며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소사실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이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이어갔다. 이 부회장의 신문은 전날에 이어 이틀째로, 특검팀 신문은 전날 모두 끝나 이날은 변호인 신문이 이뤄졌다. 오전 재판에서 변호인 신문과 재판부 신문까지 모두 마무리됐다.

이 부회장은 변호인이 “대통령이 2015년 7월 25일 면담 과정에서 승계작업을 언급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답했다.

또 변호인이 “특검팀은 대통령이 합병 성사를 도와준 것을 포함해 승계작업 현안을 정부가 도와주는 대가로 정유라의 지원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이런 요구를 했느냐”고 묻자 역시 “없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면담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승마 지원을 제대로 하라는 질책을 받고 정유라 지원이라는 의미로 생각했느냐”고 변호인이 묻자 “그렇게 생각 못 했다”고 강조했다.

최씨나 정유라의 존재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대통령의 질책을 정유라 지원으로 연결해 생각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이는 현안을 해결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았고, 그 대가로 정유라를 지원했다는 특검팀의 뇌물공여 논리를 부인하는 입장과 맥이 닿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질책을 받고 돌아와 삼성 관계자들에게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 같았다’는 표현으로 당시 분위기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레이저’ 표현까지 써가며 질책을 받았다고 말한 건 실제 상황보다 확대해서 자신이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아버님께 야단을 맞은 것 빼고는 야단맞은 기억이 없는데, 일단 대통령 단독 면담이었고 실제로 여자분한테 싫은 소리를 들은 것도 처음이어서 제가 당황했던 것 같다”며 “다른 분들에게 한 번 거르고 전달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후회된다”고 말했다.

독대 이후 승마 지원 상황을 챙겨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실무 레벨에서 해결되겠거니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2월 15일 3차 독대 자리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정유라를 잘 지원해 줘서 고맙다”고 인사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이 부분도 “그런 얘기는 없었다.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 신문이 끝난 뒤엔 재판부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재판부가 “박상진(전 승마협회장·삼성전자 사장)에게 승마협회 문제를 신경 쓰지 않게 해달라며 협회를 지원하라는 취지로 말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얘기하는 데 제가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포츠 지원을 1년에 천몇백억을 쓰는 걸로 아는데 조금 더 한다고 문제가 될까 싶었다”며 “웬만하면 해주는 게 어떻겠냐, 방법 등은 알아서 해달라고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다시 “대통령한테 밉보일 경우 삼성이 얻을 불이익은 어떤 게 있느냐”고 묻자 “승마협회 건으로 대통령이 불이익을 줄까라고 구체적으로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부가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청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거듭 묻자 “저나 회장님께서도 그런 건에 대해 일일이 챙기거나 보고받으려 하질 않는다”며 “(최지성) 실장께서 알아서 챙겨주실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이 이렇게 커질 줄 알았으면 제가 챙겨봤어야 하는데 당시엔 아무 얘기가 없으니까 잘 되고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이 부회장을 끝으로 삼성 관계자들의 피고인 신문은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오후엔 사건의 쟁점인 부정 청탁 여부를 두고 특검팀과 변호인단의 의견 진술을 듣는다.

한편 피고인 신문이 이틀째 진행된 이 날도 법정 방청을 하려는 이들이 몰려 진풍경을 연출했다.

거주지가 지방인 일부 방청객은 전날 귀가하지 않고 법원 청사 인근에서 밤을 새운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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