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최순실의 겁박 때문이었다” 입 모은 삼성 전·현 임원들

“최순실의 겁박 때문이었다” 입 모은 삼성 전·현 임원들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17-08-01 22:56
업데이트 2017-08-01 23:5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국정농단 재판 피고인 신문

“문체부 국·과장 날렸다는 崔
박 前대통령에게 삼성 비방”


“최순실의 겁박 때문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된 삼성 전·현직 임원들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훈련 지원 과정에 대해 이같이 입을 모았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가 이틀째 진행한 피고인 신문 내용을 통해 삼성의 정씨 승마 지원 과정을 재구성해 보면 300억원이라는 거액을 지원하는 대기업 임원들이 민간인인 최씨의 요구에 ‘끌려다닌’ 정황들이 속속 드러났다.

최씨의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요청에 따라 삼성이 정씨를 지원하기로 했고 독일 현지 훈련을 담당할 업체로 신생 회사인 코어스포츠와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면서도 코어스포츠가 최씨 소유인지 몰랐고, 최씨가 돈 문제에도 일일이 간섭했지만 이유도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최씨의 겁박에 의해 승마 지원이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이렇게 삼성이 끌려다닌 이유에 대해 “결국 최순실 배경 때문”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최씨가 ‘실세’라고 인식하는 과정도 눈에 띈다. 승마협회장을 맡았던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2015년 7월 말 박 전 전무와의 두 번째 만남에서 “최순실이 대통령과 친자매 같은 사이”라는 박 전 전무의 말을 곧장 믿었다. 박 전 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도 날렸다고 하는 최순실의 힘을 믿은 것 같다”고 설명했고 이후 상황에 대해서도 “최씨가 대통령과의 친밀도를 팔아 삼성을 겁박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해 7월 25일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과의 단독 면담에서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고 나서 한 것이 없다. 유망한 선수들에게 좋은 말을 사줘야 하고 전지훈련도 보내 줘야 하는데 전혀 안 하고 있다”며 이 부회장을 질책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사장에게 “대통령의 눈빛이 레이저빔과 같다는 언론 기사들이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 말할 정도로 박 전 대통령이 화를 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삼성 측 피고인들은 정씨 지원을 놓고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철저히 분리했다.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정씨를 지원해 주지 않는다고 최씨가 대통령에게 삼성을 비방했다는 보고를 들었다”면서 “대통령이 정유라 지원을 안 해 줘서 화를 냈다는 말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 전 사장과 장 전 차장은 특검 조사에서 “박원오의 이야기를 듣고 ‘대통령이 그래서 화를 냈구나’ 생각했다”고 진술했지만 이날은 “취지가 다르다”며 말을 뒤집었다.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를 벗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17-08-02 10면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