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전용 콘돔자판기 등장…“19세 이상 성인은 사용 불가”

청소년전용 콘돔자판기 등장…“19세 이상 성인은 사용 불가”

입력 2017-03-15 10:47
수정 2017-03-1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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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팅터스’ 전국 4곳에 운영…“콘돔 못 사 위험노출 청소년 돕기위해”

광주 동구 충장로의 한 개방형 성인용품 매장 앞에 낯선 자판기가 등장했다.

‘19세 이상 성인은 사용할 수 없다’는 문구가 붙은 이 자판기는 청소년 전용 콘돔자판기다.

자판기에 100원을 넣어 레버를 돌리면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은 콘돔 2개가 나온다.

특이한 것은 이 자판기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 19세 미만 청소년들이라는 점이다.

광주 동구 충장로 개방형 성인용품 판매장 ‘스팟라이트’ 업주는 소셜벤처기업 ‘인스팅터스’의 제안으로 이 자판기를 지난 2월에 설치했다.

업주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판기를 이용하려는 성인들에게 ‘청소년 전용 자판기’임을 알리고 사용을 제지한다.

사용 대상자인 청소년들이 자판기 앞에 설 때면 모른 채 고개를 돌려준다.

하루 평균 20여 명이 이 자판기에서 콘돔을 사 간다.

개방형 성인용품점을 지난해 말 연 강민경(28·여), 박승재(24) 커플은 “콘돔이 성인용품이 아님에도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살 수 없는 현실을 바꿔보자는 취지에 공감해 가게 앞에 자판기를 설치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콘돔은 비건(vegan)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비건 인증은 식물성 원료만 사용하고, 동물 실험도 진행하지 않은 제품에만 주어진다.

개당 1천400원에 팔리는 콘돔 2개를 불과 100원에 판매하는 취지는 콘돔구매가 연령제한이 없음에도 청소년들이 자유롭지 않은 현실을 바꿔보자는 데에서 시작됐다.

100원을 받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작은 책임감’이라도 주자는 뜻이다.

전국에 이 같은 청소년 전용 콘돔자판기가 설치된 곳은 광주 충장로를 비롯해 서울 2곳, 충남 홍성 1곳 등 모두 4곳이다.

2016년 청소년유해환경접촉실태조사에 따르면, 성관계를 맺고 있는 청소년 중 약 절반이 피임을 전혀 하지 않고, 그중 21.4%는 임신을 하거나 9.1%는 성 질환에 걸린 경험이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청소년의 피임 실천율이 현저히 낮은 상태로 드러났다.

소셜벤처기업 인스팅터스는 이러한 현신을 바꿔보고자 직접 개발한 콘돔을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배달해주는 ‘프렌치레터(콘돔의 영어식 은어)’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콘돔이 우편으로 배달하는 방식이 청소년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방식이란 한계를 뛰어넘고자 자판기 보급에 나서게 됐다.

원가도 안 되는 가격에 콘돔을 공급하지만, 100원씩 받은 수익금 전액도 서울시립청소년건강센터 ‘나는 봄’에 기부한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미성년자의 성관계를 장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인스팅터스 박진아(24·여) 공동대표는 “중요한 것은 콘돔이 필요한데 구할 수 없어서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청소년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있다는 사실이다”며 “자판기 설치 초기에는 콘돔이 성인용품이라는 왜곡된 인식 탓에 꺼리는 곳이 많았지만, 이제는 학교에도 설치해달라는 제안이 접수될 만큼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여성민우회 김효경 사무국장은 “보수적인 성인식 탓에 성 문제에 괴로워하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청소년 전용 콘돔자판기가 도심에 등장했다는 것만 해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며 “청소년들이 자주 가는 곳에 콘돔자판기가 추가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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