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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갈등 속 ‘백수’ 맞는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

소녀상 갈등 속 ‘백수’ 맞는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

입력 2017-01-11 16:32
업데이트 2017-01-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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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병원서 14일 생신 잔치…“일본이 사죄한다면 나비처럼 훨훨 날아갈 수 있것다”

11일 오전 경남 통영시 도산면 경남도립통영노인전문병원.

2층 한 병실로 들어서자 살짝 잠이 든 노인 한 분이 살며시 일어나 외부인을 맞았다.

간병인의 도움으로 보청기를 귀에 꽂았다.

“주는 대로 잘 먹고 있어요. 좋아요.”

그는 건강이 어떻느냐는 질문에 비교적 또렷하게 이렇게 답했다.

올해 만으로 99세, 백수(白壽)를 맞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다.

5년째 이 병원에 입원 중인 그는 1918년 12월 17일 생(음력)이다.

우리 나이로 100세인 셈이다.

양력으로 오는 14일이 생신이다.

생존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40명(국내 38명·해외 2명) 가운데 2번째 고령자다.

최고령자는 올해 102세로 경기도 이천 나눔의 집에서 지내는 정복수 할머니다.

김 할머니는 평소 “일본이 참말로 사죄만 한다면 나는 편히 눈을 감고 갈 수 있것다. 나비처럼 훨훨 날아갈 수 있것다”라고 외쳤다.

최근 부산 ‘소녀상’을 놓고 한일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날 김 할머니에겐 위안부 피해 관련 질문을 할 수 없었다.

병원 측이 위안부에 대해 물어보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자칫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는 하루 세 끼 모두 잘 챙겨 드시는 등 비교적 건강한 상태라고 병원측은 말했다.

하지만 가끔 잠을 자다 갑작스럽게 깨어나 극도로 불안해 하는 ‘섬망’ 증세를 나타낸다고 했다.

주변에서는 참혹했던 일본군 위안부 시절이 생각 나 그럴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지난 봄에는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죽음의 문턱을 드나들기도 했다. 다행히 이후 회복돼 지금은 간단한 대회를 나눌 정도가 됐다.

김 할머니는 1937년 18살 때 고향 통영에서 중국으로 끌려가 중국·대만 등지에서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당시의 고통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지만 김 할머니는 월세로 어렵게 살아가면서도 주위의 어려운 여고생들에게 장학금을 내놓는 등 오히려 주위를 챙기고 선행을 베풀어왔다.

2012년에는 재산 가운데 일부인 2천만원을 통영여고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2013년에는 경남도교육청 지정 역사교육교재에 김 할머니의 일대기 ‘나를 잊지 마세요’가 실렸다.

김 할머니는 2015년 12월 한국과 일본 정부간 ‘위안부 합의’에 반대해왔다.

법원에 한국과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12명의 원고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죄를 김 할머니는 간절히 원하고 있다.

송도자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상임대표는 시흥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와 공동으로 오는 14일 생일날 병원 지하강당에서 김 할머니의 100세 생일을 축하하는 잔치를 연다.

본인은 정확한 생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생일 잔치가 마련된다는 사실도 모른다.

생일축하 잔치는 할머니가 걸어오신 길을 담은 영상 상영에 이어 큰 절, 꽃다발 증정, 축하연주, 선물 전달, 사물놀이 공연, 노래공연 등 순으로 진행된다.

시민모임은 “김 할머니가 모진 시간을 감내하며 살아온 세월이 80년이나 됐다”면서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성 인권과 평화의 거울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할머니는 국내 수많은 집회와 언론 인터뷰, 나아가 일본 나고야·오사카 증언집회를 통해 자신의 짓밟힌 존엄과 행복을 서투르지만 간절한 목소리로 외쳐왔다”면서 “과거로 회귀를 시도하는 일본 극우세력들은 눈과 귀가 있고 양심이 있다면 김 할머니를 보고 느끼는 점이 있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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