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명 파출소에 방탄복 한 벌… 그나마 10㎏ 구형

36명 파출소에 방탄복 한 벌… 그나마 10㎏ 구형

이민영 기자
이민영 기자
입력 2016-10-20 22:52
수정 2016-10-21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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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또 피격… 열악한 현장

지난해 화성 엽총 난사 사건 뒤
타격대 쓰던 1000벌 급히 보급
없는 곳 더 많고 무거워 사용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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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성병대가 만든 사제 총 연합뉴스
피의자 성병대가 만든 사제 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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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사고로 사망한 김창호(45) 경감이 소속된 서울 강북경찰서 번동파출소에 구비된 방탄복은 단 한 벌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근무 인원이 36명이라는 점에서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하나 있는 방탄복의 무게도 10㎏이나 돼 실용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전국 파출소 중 이런 방탄복이라도 배치된 곳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2월 경기 화성에서 현장에 출동한 파출소장이 사냥용 엽총에 피격돼 사망하자 경찰청은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에 방탄복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 8개월이 지나도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20일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사제 총 난사 사건의 관할기관이었던 번동파출소에 방탄복이 단 한 벌 있는데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구매한 것이라 무게가 10㎏에 이르고 낡았으며 성능도 떨어진다”면서 “파출소의 근무 인원이 36명이기 때문에 방탄복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화성 총기 사고 이후 경찰청은 경찰 타격대가 사용하던 방탄복 1000벌을 전국 지구대 및 파출소에 급히 보급했다. 하지만 전국 지구대 및 파출소가 1982개인 점을 감안하면 한 벌씩도 채 돌아가지 않았다. 참고로 화성 총기 사고는 지난해 2월 27일 오전 9시 30분쯤 남양읍의 주택가 2층 단독주택에서 가족 간에 엽총 난사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방탄복 없이 현장에 출동한 파출소장이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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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파출소 직원은 “방탄복이 있는 파출소보다 없는 곳이 더 많다”며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경찰관이 출동할 때는 삼단봉, 수갑, 테이저건(혹은 권총)을 차야 하는데 무거운 방탄복까지 입으면 기동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구대 경찰관은 “방탄복이 파출소에 한 벌 있는 것은 없느니만 못하고, 적어도 순찰차마다 배치돼 있어야 긴급 출동을 할 때도 방탄복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날 사망한 김 경감이 방탄복을 챙길 수 없었던 것도 이미 순찰차에 탑승해 현장으로 출동한 뒤에야 피의자 성병대(46)가 스스로 만든 사제 총을 소지하고 있다는 무전을 들었기 때문이다.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행인들이 40여명이나 있는 사거리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는데 방탄복을 챙기자고 순찰차를 다시 돌릴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문제는 이번 사건으로 누구나 인터넷을 참고하면 손쉽게 사제 총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데다 밀수 총기도 늘면서 시민과 경찰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게 됐다는 점이다. 2000년 이후 경찰이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은 3건이었다. 서울시내 지구대 소속 경찰관은 “지금도 식칼, 송곳, 커터칼 등으로 위협해 이를 저지하다 경찰관이 다치는 일은 많다”며 “최근에는 사이코패스 등 정신이상자가 많아져 문제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방탄복 보급 문제에 대해 “올해 12월 중으로 신형 방탄복 6200벌을 보급할 계획이었다”며 “방탄과 방검 기능을 겸비하고 기존보다 무게를 45%가량 줄인 방탄복을 개발하느라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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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6-10-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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