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 보면 분노 치솟는다” 살인·강도·폭력 만연

“여자만 보면 분노 치솟는다” 살인·강도·폭력 만연

입력 2016-05-19 15:43
수정 2016-05-1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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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여성 ‘무개념’ 비판 글·사진이 여성혐오로 확산

강남 화장실 20대 여성 살인 사건은 이미 예고된 성격이 짙다. 여성혐오 현상이 임계치를 넘어 우리 사회에 만연했기 때문이다.

19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강남역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김모(34)씨가 A(23·여)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들이 나를 항상 무시했다”고 진술했다.

김씨와 A씨는 전혀 모르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면부지 여성을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는 그동안 빈번했다. 대부분 무차별 폭행이나 강도 범행이었을 뿐 끔찍하게 살해한 사례는 드물었다.

최근에는 대전시에서 심야에 귀가하던 여성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잔인하게 폭행당했다.

이달 2일 오전 2시께 대덕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B(16)군이 20대 여성의 머리를 둔기로 수차례 때리고서 달아났다. B군은 단순히 화가 났다는 이유에서 전혀 모르는 여성을 공격했다. 피해자는 일찍 병원 치료를 받은 덕에 목숨을 건졌으나 하마터면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질 뻔 했다.

올해 1월 7일 오전 3시께 서울시 강동구에서도 20대 여성이 ‘날벼락’을 맞았다. 골목길을 걷다가 거구의 C(29)씨에게 온몸을 구타당했다.

3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힌 C씨는 키 185cm에 몸무게가 130kg이나 됐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만 보면 때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연약해 보이는 여성을 골라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두 사건 모두 여성혐오가 부른 범죄다.

돈이 궁하지 않은데도 여성을 때리고 금품을 빼앗는 사건도 종종 발생한다. 범인들은 대체로 열등의식이 강하고 성격이 소심하다는 점이 닮은 점이다.

연약한 여성을 노린 범행을 예고하는 징후는 이미 오래전부터 뚜렷했다.

“여성만 보면 분노가 치솟는다”는 등 표현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거침없이 쏟아졌다.

‘극우 사이트’인 일간 베스트 저장소에서는 여성 성기를 이르는 단어를 붙인 욕설 글이 넘쳤다. ‘김치녀’, ‘된장녀’ 등 여성을 헐뜯는 표현도 무수히 많았다.

몇몇 네티즌은 “한국 여성은 삼일한(3일에 1번씩 때려야 한다는 비속어)해야 한다”는 폭력 선동도 서슴지 않았다.

일부 여성의 ‘무개념 행동’을 꼬집는 글과 사진이 여성 전체를 매도하거나 증오하는 사태로 악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여성 비화 표현을 일상에서 워낙 흔하게 접한 탓에 남성들이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5세 이상 35세 미만 남성 1천200명과 여성 300명을 설문한 결과를 보면 이런 세태를 읽을 수 있다. 남성 54.2%가 ‘김치녀’, ‘된장녀’, ‘김여사’, ‘성괴’(성형괴물) 등 표현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청소년이 쉽게 접근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확산하는 여성 증오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강남 화장실 살인 피의자는 여성에게 무언가를 빼앗겼다는 생각, 즉 상대적 박탈감을 참지 못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피의자는 여성 반감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추정도 했다.

곽 교수는 “온라인에 퍼진 여성혐오 게시물은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고 과격하다”며 “가치관이 미성숙한 청소년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 여성 거부감을 증폭시킬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시민들은 강남 여성 살인이 여성혐오에서 비롯됐다면서 온·오프라인을 통해 대책을 강하게 호소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강남 화장실 사건은 단순 살인이 아니다”, “여성혐오를 막는 사회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나도 똑같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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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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